자동차 부품 제조업이 대부분인 경주시에서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첨단 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이 있어 큰 기대를 받고 있다.그 주인공은 바로 인지이엔티(주)다. 인지이엔티는 폐플라스틱·폐비닐 열분해유인 `인지유`를 현대오일뱅크에 납품하고 있으며 올해 1월에는 (주)지엔씨에너지와 열분해유 합성가스 발전 제휴를 맺었다.   또 지난달에는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제도인 ISCC PLUS를 취득하기도 했다.ISCC 인증은 지속 가능성 및 탄소에 관한 국제 인증으로, ISCC PLUS는 유럽연합(EU) 역외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에 판매되는 주로 바이오 베이스 제품 등에 적용돼, 지속가능한 원료를 공급 체인 상에서 관리·담보하는 인증 제도다.폐기물 가운데 환경에 악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것은 단연 플라스틱이다. 폐기물 비중이 가장 클 뿐만 아니라 매립할 경우 자연 분해되는데 수백 년이 걸린다.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경제가 주류가 되면서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환경 분야 주요 공약으로 쓰레기 처리를 매립과 소각 중심에서 재활용을 기반으로 하는 열분해 방식으로의 전환을 내건 이유다.석유화학 기업들 또한 앞다퉈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를 석유화학 분야의 미래사업으로 보고 연구·개발을 위해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여기에는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ESG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이 확산되는 흐름과 맞아떨어지는 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 석유화학업계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곧 ESG경영 실천이라는 점이다.지난 2019년 설립된 인지이엔티(주)의 대표이사 이성열 씨는 조속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산업 활성화 추진과 이와 관련된 제도 개선이 더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우선 코로나19 확산 이후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방안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환경부 통계를 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기준 플라스틱류 발생량은 전년 대비 18.9% 증가했고 비닐류 발생량도 9% 늘었다.인지이엔티에 따르면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은 크게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 기술로 나뉜다. 물리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종류별로 선별(PE, PP, PS, PET 등)해서 이를 다시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로 쓰는 방법이다. 인지이엔티는 화학적 재활용을 하는 기업이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원유 대신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정을 두고 `도시유전`이라고 지칭할 정도다.그러나 열분해유를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부실하다. 이를 해결코자 정부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의 재활용 가능 유형에 ‘석유·석유화학 제품의 원료 용도’가 추가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기존 시행규칙에서는 열분해유를 연료 용도로만 활용할 수 있도록 정해뒀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되는 열분해유는 주로 보일러 등의 연료로 쓰였고 현대오일뱅크, 에스케이지오센트릭, 지에스칼텍스 등 일부 기업만 규제 샌드박스(일정 조건 하에서 시장 출시해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를 통해 열분해유의 석유화학제품 활용을 위한 실증특례를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아직 열분해유를 석유화학제품으로 재활용하는 과정에서의 모든 제약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석유와 석유제품의 정의를 규정한 현행 석유사업법 2조에 따르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와 관련된 항목이 없기 때문이다. 이 법까지 개정돼야만 열분해유를 석유화학제품 공정에 투입해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게 법적으로 가능해진다.인지이엔티는 열분해유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이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공장 증설을 통해 월 1000톤, 연간 1만2000톤 이상을 생산해 연간 150억 이상의 원유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성열 대표는 "국내 폐비닐 및 폐플라스틱이 연간 450여만 톤이 발생하는데, 이 중에서 64%에 달하는 290만여 톤이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져서 소각이나 매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 대표는 "이 같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인지이엔티는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을 별도의 전용봉투에 넣어서 배출하고 별도 수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전용봉투에 담긴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을 인지이엔티에서 처리하게 되면 경주시의 탄소배출량이 줄어들고 환경 보존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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