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오는 2015년 제야의 종소리는 복제된 성덕대왕신종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금까지 제야의 종소리는 석굴암의 통일대종으로 들어왔다. 경주지역에서는 지난 1992년까지는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는 설렘으로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박물관에 있는 성덕대왕신종 타종식을 통해 제야의 종소리를 들어 왔다. 타종식이 끝나면 추위도 아랑 곳 없이 수많은 인파가 걸어서 석굴암까지 해돋이 구경을 가곤 했는데 이는 경주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소재 중 하나였다. 그 동안 성덕대왕신종은 문화재청에서 종을 계속 타종할 경우 금속 피로도가 증가하고 금속조직 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해 1992년 33번의 제야의 종을 타종한 후 한동안 타종을 중단했다가 1996년 학술조사를 위해 시험 타종을 했고, 2002년과 2003년 개천절 타종행사를 마지막으로 타종을 중지했다. 새로 복제되는 성덕대왕신종은 바닥면적 196㎡, 종각면적 170㎡에 종무게 18.9t으로 올해부터 제작을 시작해 2015년에 완료된다. 성덕대왕신종의 명문(銘文)은 “모습은 태산 같고, 소리는 용이 읊조리는 듯해 하늘의 끝에서 땅속 마지막까지 울려 퍼지며, 보는 이는 신기함을 느낄 것이요, 듣는 이는 복을 받으리라”고 새길 예정이다.문화재 복제는 그 이유가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옳다. 경주지역에는 최근 수년 동안 몇 가지 문화재 복제품을 설치해 왔다. 엑스포공원 내에 고분모형을 설치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으며 모 사설 박물관에는 첨성대 모형이, 민속공예촌 내에는 석굴암 모형이 설치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기대보다 관광객을 모으는데 실패했다. 엄연히 진품 문화재가 있는데 구지 모조품을 찾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성덕대왕신종 복제품에 크게 기대를 않는 것이 옳을 듯하다. 특히 에밀레종으로 불리는 성덕대왕신종은 단순히 쇠붙이로 만든 종이 아니라 당시 사회상과 장묘문화를 엿볼 수 있으며 애절하고도 안타까운 스토리를 간직한 종이기에 우리에게 더 친숙하고 소중한 문화재이다. 복제한 종이라고 해서 이름을 ‘복제품’으로 지을 수도 없고 시도 때도 없이 칠 수도 없다. 이왕에 만들기로 결정했다면 시대와 여건에 맞는 스토리를 부여하고 독특한 운영 세칙도 만들어 천대받는 종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향후 경주지역에는 모형단지를 조성하는 일이 아닌 이상 가급적 문화재를 복제하겠다는 발상은 않았으면 한다. 조상들 보기에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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