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정치인의 고도의 계산과 이익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지금의 개헌공방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지 그 진정성에 의문이 간다. 건국 이래 우리 헌법은 9차례 개정됐지만 지금의 헌법은 1987년 온 국민의 분출하는 민주화 열망과 수많은 시민의 희생과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현 박근혜 대통령까지 현 대통령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개헌의 필요성은 그동안 여러 차례 논의돼 왔지만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5년 전 제헌절을 맞아 "개헌은 나라 미래와 번영이 걸린 대역사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자 역사적 소명"이라고 언급하면서 싹트기 시작했다. 그는 “현행 헌법이 장기집권을 막는 장점이 있지만 급변하는 환경과 시대 조류에 대처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개헌전도사 이재오 의원이 전국을 돌며 개헌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같은 해에 치러진 시기가 있었지만 기회를 놓쳤다. 대통령임기 1년 단축 때문일 것이다. 국민들을 흥분시킬 만한 에너지도 없었다. 판을 뒤집는 데는 강력한 정치적 에너지와 국민적 에너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개헌은 현행 5년 단임제 헌법을 제외하고는 어쩌면 종신집권을 가능 하게 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52년의 발췌개헌, 54년의 연임제한 철폐개헌, 박정희 대통령의 3선 개헌, 유신헌법은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했다. 개헌이 추진 될 때 마다 주변세력은 자신들의 정치적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위기감을 갖고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집권 핵심 세력이 똘똘 뭉쳤다. 현행 헌법을 철폐해야 한다는 국민적 분노는 자유당 정권을 붕괴시켰고 이를 계기로 내각제 개헌이 이뤄졌다. 대한민국 최초 헌법 기구는 1948년 5·10 총선거를 통해 구성된 제헌국회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헌법은 해방이후 한국동란 6,25와 4,19 516, 518과 같은 대형 사건들이 터진 혁명적 상황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개헌론에는 이런 에너지가 없다. 현재로서는 집권자인 박근혜 대통령도 반대다. 집권자의 친위세력도 반대다. 집권당 내에 일부 개헌 주장이 나올 정도다. 야당 역시 말로만 개헌을 주장하고 있으나 어떤 개헌을 하자는 것인지 알려진 게 없다. 다만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는 정도다. 이런 태도는 너무나 안일하고 소극적이며 혹시 다른 저의가 있지 않나 하고 의심하게 만들 수 있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과거 개헌의 역사를 볼 때 한바탕 난리를 치러야 되는 것이 개헌인데 지금은 정치권 내외에 개헌의 절박성이 없는 상태다. 집권자의 계속 집권 욕심도, 친위세력의 전투 의지도 없다. 일반 국민들도 당연히 관심이 없다. 분권대통령이던 내각제 대통령이던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은 좋지만 제왕적이라는 표현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어쨌든 개헌의 필요성은 국민들도 알고 있다.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소모적인 개헌논쟁 보다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매진 할 때다. 정치권은 대다수 국민들이 이번에 치러지는 6·4 기초선거의 공천제 존폐여부에 관심이 쏠려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박준현 발행인 박준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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