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학교폭력의 한 원인이 된다고 하면 수학자와 수학교사들은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학교폭력을 상담하는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학교폭력의 원인은 우선 학교라는 시스템이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아이들에게 맞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학교생활이 즐겁고 만족스러우며 희망을 주는 그야말로 ‘행복’ 학교라면 아이를 괴롭히는 학생, 괴롭힘을 당할 만한 짓을 하는 학생, 자살하는 아이들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학교생활이 즐겁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는 수업이 지겹기 때문인 것도 한 몫을 한다. 이 수업 중 학생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과목이 바로 수학이다. 수학이 너무 어려워 수학은 물론 다른 과목의 공부까지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다. (사)경북교육연구소가 최근 경북지역 학생과 학부모 1천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생의 73%, 학부모의 74%가 수학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학 난이도를 낮췄으면 하는 질문에 학생 74%, 학부모 75%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사교육 중 수학과목에 대한 사교육 비중이 50.2%로 절반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설문조사가 아니더라도 사실 대학의 인문계나 예체능계를 졸업한 사람들 대부분은 고교 때 배운 방정식, 수열, 미분과 적분, 삼각함수 등이 사회생활에서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을 안다. 지나고 보니 이런 수학은 학생들을 서열화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학문은 인생을 행복하게 하고 사회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존재하는 도구가 돼야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학생들을 통제하는 감옥으로 작용하고 있다.그래서 경북교육연구소의 안상섭 이사장은 “고교 졸업이후 거의 사용되지 않는 수학 때문에 학습부담이 높고 학창시절 인생의 행로가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며 “학생들에게 수학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좀 더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수학의 난이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현재의 수학은 문과계 고교생들이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사장된다. 이런 학문이 국사보다도 더 높은 시수로 학교에서 가르쳐지고 있다. 그리고 문과 고교생들은 자신의 장래에 전혀 필요 없는 이 어려운 과목을 머리를 싸매고 공부한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의 낭비다. 국가의 장래, 청소년들의 보다 밝은 학교 생활을 위해 정부는 현재의 수학교육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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