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모든 조류인플루엔자(AI)방역 대책은 철새가 주범이라는 판단 아래 진행되고 있다. 즉 전북 고창과 부안 일대 오리농장의 AI 발병 원인이 근처 저수지에 날아든 가창오리 때문이며 오리 떼가 농장 위를 지나며 남긴 분변이 환기구를 통해 내부로 유입됐거나, 작업자 신발 등에 묻어 전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방역을 하고 있다.그런데 조류 전문가들은 AI 발생의 주범이 철새라는 데에 고개를 젖는다. 철새가 오히려 이들 농장으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류 전문가들의 논리는 이렇다. 우선 AI 발생이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가창오리는 멀리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동림저수지에서 월동한 지 벌써 70여일 째인데 가창오리가 먼저 AI에 감염됐다면 통상 잠복기간인 21일을 넘겨, 죽은 가창오리가 11월쯤 발생했겠지만 실제로 죽은 가창오리는 두 달이 더 지난 이달 중순(17일) 발견됐고 이는 고창 씨오리 농장 발병과 동시에 일어났다는 주장이다.조류전문가들은 특히 한반도로 들어온 가창오리가 가장 먼저 머무는 곳은 한강 유역인데 여기서 폐사하지 않고, 전북 고창과 부안 일대에서 집단 폐사했다는 데에 의문을 표시한다. 그러면서 오리농장 등 축산농가의 분뇨가 저수지에 흘러들면서 바이러스를 철새에게 퍼뜨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농장의 밀식사육과 비위생적 환경, 농가의 낮은 방역의식이 AI 발병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이같은 조류 전문가들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때문에 방역당국은 귀를 기울여야 하고 원인에 대한 역학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 조류 전문가들의 주장이 맞다면 현재의 방역 방법은 물론 축산 당국과 농가의 축산경영 방식도 크게 달라져야 한다. 우선 방역의 경우 이들 조류 전문가들의 말대로 철새 먹이주기 중단 조치를 취소해야 한다. 먹이주기를 중단할 경우 새들이 먹이를 찾아 오히려 더 넓은 곳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AI가 더욱 확산된다는 것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축산 농가들도 평소의 방역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고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밀식사육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과수도 밀식재배할 경우 소출이 오히려 더 줄어드는데 동물이야 오죽하겠는가. 밀식사육은 병을 일으키기도 쉬울 뿐 아니라 발병됐다하면 자신의 농장뿐 아니라 전국의 농장에 떼죽음의 공포를 몰고 온다. 때문에 농가들은 밀식사육 동문에 많은 항생제를 사용한다. 그래서 축산물에 항생제 함유량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인식을 국내소비자들은 갖고 있기에 국내 축산물에 대한 신뢰도 낮다.정부는 이번 사태를 한국 축산의 근본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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