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최대 명절 설날을 맞아 고향 가는 발길이 무겁기만 하다. 설 대목 전통시장은 한산하기 짝이 없고 은행창구는 연일 북새통이다. 설날을 앞두고 15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개인 정보 유출사건은 사상 최악이다. 정부가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가라 않지 않고 있다. 정부 대책의 골격은 앞으로 고객들의 신용정보를 지키지 못한 금융사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1%를 징 벌적 과징금 부과가 고작이다. 또 유출된 카드사에 대해서는 영업정지와 전현직 CEO까지 해임 하고 책임을 묻기로 했다. 금융사의 과도한 고객 정보 수집도 금지 된다. 고객 정보의 무분별한 남용을 막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우리는 학생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카드 사용이 생활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 금융당국이나 해당 금융기관들이 국민들을 진정시키기 위한 노력에도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카드사와 금융기관들의 내부 보안 관리체계가 허술한 데서 비롯된다. 그동안 금융 당국은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솜 방이 처벌로 사건을 키웠다. 카드사에서 고객정보가 유출된 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더욱 걱정스런 사실은 그 과정에서 거래하는 금융기관의 고객정보도 함께 외부로 노출됐다는 점이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물론 결제은행으로 연결된 국내 거의 모든 은행의 고객정보가 노출된 셈이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2차적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 성명, 휴대전화, 주민번호, 주소, 결제계좌 등 모든 신상이 노출되어 어떠한 금융사기도 가능한 수준이다. 금융기관들은 보안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정보기술에 대한 투자는 인색한 편이다. 자체적인 대규모 투자를 꺼리고 보안체계를 외부 용역에 맡기다 보니 이번과 같은 대형 정보 유출사고로 이어지게 됐다. 상황이 다급한데도 이들 카드사가 보여준 자세는 정반대다.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하겠다는 약속은 시늉에 그치고 있다. 신상정보가 불법으로 조회되는 것을 막아 주는 신용정보보호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카드 재발급 비용을 아끼기 위해 '카드 교체를 자제토록 유도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의 유통업체 타깃에서 4천여만 명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자 '피해 고객들의 카드를 모두 교체 해준 미국 JP모건 체이스은행과 씨티은행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나오는 정부 대책에 대해 졸속 또는 땜질식 처방에도 문제가 있다. 가장 중요한 정보 보안 시스템을 어떻게 강화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빠져있다. 더군다나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대책발표를 해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혹시라도 하는 불안감 때문에 설날 제수준비와 생업을 미룬 채 고객들이 나서 시간과 돈을 들여 사태를 수습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차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거듭된 강조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들은 재발방지 대책이나 제도 개선의 의지가 부실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어쨌든 정부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보 유출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금융회사들의 보안체계를 높이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뼈를 깎는 아픔 없이 제2, 제3의 정보유출을 막을 수 없다. 활짝 웃는 갑오년 설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준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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