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에 몸담고 있던 세월이 반평생이었다. 그동안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바라보고 달려왔었는데 어느 날 내 눈앞에 선이 그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초등학교시절 운동회에서 100m 직선주로를 전력 질주하여 1등으로 도착한 결승선이 아니었다. 나에게도 정년이라는 이름의 선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때서야 보였던 것이다. 퇴직 후의 몇 개월은 고민의 연속이었다. 휴식이나 충전이 아니라 후회와 반성의 시간이었다. 내가 헤엄치며 살았던 물에서 빠져나와 뭍에 올라서니 비로소 물속이 온통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물고기는 물을 떠나 살 수 없다는 말을 되새기며 물을 그리워하고 있던 어느 날 다시 교문을 드나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감사하면서 얻은 결론은 이렇다. 지금부터는 내가 아니라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을 중심에 올려놓아야겠다. 이들의 보다 큰 도약에 초점을 맞춰 헌신하겠다는 각오로 무장해야겠다는 다짐이다. 주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력을 함양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경영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규정과 원칙의 범위에서 최대한의 자율을 존중하며, 학생 스스로 이를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민주시민 육성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특히 바쁘게 지내고 있는 요즘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집중과 몰입으로 학습효과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자기주도적인 학습태도라 생각한다.그렇게 시작한지 1년이 되었다. 지난 학기 초 신입생 학부모님들과의 약속이 생각난다. 3년 후 우리학생들은 놀러나가도 교복을 입고 가고 싶도록 하겠다는 약속이다. 이의 실천에 한발자국 다가가는 마음으로 휴식시간에는 독서나 운동, 상호 토론 등으로 즐기고 있어 건강과 교양을 다지는 시간으로 활용하라고 강조해 왔다. 이쯤에서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스스로에 대한 이런 반성과 평가가 재도약의 기초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개구리가 뒷발을 잔뜩 움츠렸다가 힘차게 뛰어오른다는 말이 생각난다. 지난 1년의 시간이 의미있게 다가온다. 미래의 트렌드는 소통과 공감이라 했다. 학교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공감하는 교육이라면 한번 해볼 만하지 않겠는가. 나의 선택은 운명적으로 아이들과 학교와 함께이다. 아이들이 좋다. 학교가 좋다. 학생이 학교의 주인인 시대의 출발선에 선 기분으로 신발끈을 동여맨다. 이  영  직(포항영신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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