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설을 앞두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느끼기에 어린 시절의 설은 기다려지는 명절로 기억하고 있다. 평소 먹지 못하는 맛난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고, 새 옷도 얻어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며, 흔하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만져보지 못하는 세뱃돈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성인이 되면 명절 준비로 인해 여러 가지로 부담을 느끼게 된다. 종가의 종손·부(宗孫·婦)나 큰집의 가장과 며느리들은 찾아오는 피붙이들을 먹이고 재울 준비를 해야 하고, 정성들여 제수도 마련해야 한다. 반면에 고향을 찾는 사람들은 나름으로 선물들을 준비하는데, 소중한 사람들의 면면을 생각하며 챙겨야 할 범위와 선물의 종류를 정하는 것도 제법 고심꺼리가 아닐 수 없다. 옛날 보통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현금으로 세뱃돈을 주기는 쉽지 않았지만, 요즘은 여유 있는 어른들이 많아서 세뱃돈으로 아이들에게 환심을 사거나 은근히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의 아이들은 설날만 되면 세뱃돈에 상당히 관심이 많다. 세뱃돈을 타내기 위해 재롱을 떠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천진스럽고 귀여운가!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 자정(慈情)에 듬뿍 빠져버린다.그러다 보니, 설에 어른들에게 하는 세배 의식이 어른께 문안을 드리고 공경심을 익히는 의식이 되기보다는 오로지 ‘세배=세뱃돈’의 등식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과 그런 세태에 대해 우려되는 바도 많다. 아이들에 대한 끝없는 자정(慈情)도 좋지만, 적절한 선에서 교육적인 제어를 하는 것도 설 명절에 어른들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과제다.설에 주고받는 것은 선물이나 세뱃돈만이 뿐 아니라, 덕담(德談)이란 것도 있지 않던가? 덕담에도 종류가 참 많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하는‘인사치례 말’,‘겉치레 말’,‘입에 발린 말’, 또 요새말로‘립 서비스’ 같은 것은 남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서하는 가벼운 인사이기는 하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계속하게 되면 이 또한 훌륭한 덕담이 될 수도 있겠다.설에 세배를 하면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주는 덕담이나, 젊은이들이 어른들에게 드리는 덕담은 상호간에 깊은 신뢰와 사랑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덕담은 오랫동안 긍정적인 큰 힘으로 작용한다.필자의 젊은 시절 기억으로, 집안 어른들 중에는 진지한 덕담을 아주 자연스럽게 해주신 분들이 있었다. 평소 자주 뵙지도 않은 분인데도 나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덕담을 하신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 분들은 나이나 촌수에 관계없이 상대의 관심사나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손바닥 들여다보시듯이, 족집게로 꼬집어 내듯이 언급하시며, 거기에 맞는 적절한 덕담을 하셨는데, 주로 상대의 장점을 들어서 칭찬과 격려를 담은 덕담을 해주신 걸로 기억된다. 나이가 들어 생각해 보니, 그 어른들의 덕담은 결국 상대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셨고, 노소간(老少間)의 소통이었고, 경륜에서 나오는 노련한 상담자로서 젊은이에게 던진 값진 선물이었다. 설날 아침, 어른들이 젊은이에게 칭찬과 격려를 담은 덕담을 통해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참 좋은 기회다. 아이들의 장래를 바꿔 놓을 만한 덕담 하나 쯤 준비하자.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진 설 선물이 될 것이다.   경주 선덕여자중학교장 최병섭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