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전국의 교육청들은 그 지역의 서울대 합격자 수가 증가했을 경우 이를 자랑스럽게 발표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교육정책에 따라 학력이 향상됐음을 알리고 싶은 욕망을 참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올해도 대구시교육청이 지난 5일, 2014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수가 지난해 보다 늘었다며 합격자를 많이 낸 학교도 소개하면서 보도자료를 냈다.이 같은 서울대 합격자 수 발표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있다. 우선 반대의 시각이다. 서울대 합격자 수 발표가 대학간 서열을 조장해 다른 대학들과의 위화감을 높이며 일선학교들에서 인성보다는 학력 위주,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90년대 중반, 전국 교육청들은 이를 발표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서울대 합격자 수 발표에 대한 찬성의 입장은 알 권리를 우선시한다. 이와 함께 ‘경쟁 없이는 발전 없다’는 논리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경쟁 불가피론을 든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다. 때문에 서울대 합격자 수 발표 때마다 교육청 당사자들의 고민도 깊어갈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 같은 논란을 끝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미 이 발표가 몇 년째 굳어진 바 됐고 ‘대학알리미’ 등을 통해서도 대학간의 서열이 확연히 드러나 이제 대학 서열화에 대한 논란 자체가 의미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사회의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서열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과거에는 서열화가 인위적 발표에 의해서만 이뤄졌기에 거센 비난이 일었지만 이제는 인터넷 공간에서 누구나 대학의 서열을 확인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추세가 이렇다면 이제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서울대는 지난 5일 합격자 현황을 발표하면서 지역별 합격자까지만 밝히고 고교별 합격자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제는 이것도 공개해야 한다. 어차피 국회의원 중 누군가가 자료를 요구해 이를 밝히게 돼 있는 이상 학부모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존중해 이를 밝히는 것이 타당하다. 고교를 서열화 하느냐는 비난이 또 나올 것이다. 하지만 서열이라는 것은 어느 사회 어느 시대에서나 사라질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이젠 이를 외면할 방법이 없다. 시대는 더욱 자세하게 서열화를 이루는 쪽으로 발전하게 돼 있다. 일례로 세계의 여러 기관들이 매년 세계 대학 순위를 발표한다. 이에 대해 대학을 서열화 조장한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대뿐 아니라 고려대, 연세대, 경북대, 포스텍 등 다른 대학들도 고교 서열화에 대한 비난을 우려해 고교별 합격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고교간 경쟁을 유도하면서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이 현황을 물론 더 많은 자료를 스스로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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