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을 맞아 각급 학교에서 졸업식이 한창이다. 이 졸업식이 끝나면 졸업생이나 재학생이나 모두 3월초까지 봄방학이다.그런데 지난 겨울방학을 지낸 후 졸업식이 있기까지 각급 학교들이 참으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교과진도가 끝나자 비디오나 보여주면서 학생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정해진 수업일수만 채우기 위해 형식상 학교 문을 열어 놓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휴대폰만 보다가 점심을 먹고 학교를 나온다.이런 일은 기말고사나 수능시험~겨울방학식 때도 벌어졌었다. 이런 교육계의 복지부동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학부모들은 수능끝난 고3들에게는 앞으로 대학생활이나 사회생활에 필요한 프로그램, 그동안의 학교생활을 잘 마무리하면서 친구간 그리고 사제간 못 다한 정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을 원했지만 학교와 교육당국은 외면했었다.이번 겨울방학 후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였다. 교과수업 하기가 힘들다면 교양강좌나 체험학습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거나, 이런 것들이 예산상의 이유로 어렵다면 차라리 아이들에게 공을 내주고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 놀게라도 해야 했다.이렇게 교육계가 철밥통을 끌어안고 복지부동이니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날로 바닥을 치는 것이다. 사교육 기관이 이랬다면 당장 문을 닫았을 것이다. 대구의 일부 사교육 기관은 매년 강의평가를 해 기준 이하의 점수를 받은 강사를 퇴출시킨다. 공교육의 학교들이 2월 한 달을 한가하게 보내는 동안 입시학원들에서는 벌써부터 뜨거운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교육에는 목표와 열정이 있지만 2월의 공교육은 나태만 있을 뿐이다. 교사들은 곧 있을 인사발표에만 신경을 쓸 분 2월의 알찬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는 관심조차 없다. 지난주 한창 진행된 졸업식도 마찬가지다. 일부 학교에서만 특색 있는 졸업식이 진행될 뿐 대부분의 학교에서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원고를 읽어내려가는 교장의 인사말과 학교위원장의 축사, 이어진 교육감의 동영상 메시지에 몸을 뒤튼다. 사회를 맡은 교사조차 시끄러운 아이들의 소음 속에서, 오랜만에 학교를 찾은 학부모들을 위한 순서 설명이나 안내도 없이 “다음은 000이 있겠습니다”만 딱딱하게 되풀이 한다. 3~6년간의 생활을 마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학생들은 학교나 스승에 대한 감사와 감동을 느끼지 못하고 무의미한 순서 속에서 메마른 가슴으로 학교를 떠나야 한다. 학교 건물은 물론 교육청의 정책자료 곳곳에 ‘창의’라는 낱말이 난무하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복지부동만 넓고 높고 깊고 짙게 깔려 있을 뿐이다. 교육당국은 언제까지 2월을 암흑기로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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