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 들어서 맨 먼저 내놓은 생소한 용어가‘창조경제’라는 것이었다. 조금 지나 정부는 ‘정부3.0’이라는 말을 또 홍수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이 두 용어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반응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역대 정부마다 고유의 국가통치 개념을 강조해왔는데 특히 김영삼, 노무현, 박근혜 정부가 용어선택을 한 다음 그 용어대로 강하게 국정을 밀어붙이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김영삼 정부는 ‘개혁’을, 노무현 정부는 ‘혁신’을 귀가 따갑도록 외쳤다. 모든 문서나 행정행위들에 이 두 단어가 들어가지 않고는 일이 되지 않았다. 도시이름까지 ‘혁신도시’라 했을 정도다. 지금 정부는 창조경제와 정부3.0이란 것을 가지고 이같이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창조경제와 정부3.0이란 두 용어를 선뜻 이해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개혁이나 혁신이라는 것은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이지만 창조경제와 정부3.0이란 것은 이 정부가 지어내다시피 한 것이다. 일단 이런 점에서는 현 정부는 참으로 창조적이다.그렇다면 창조경제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정부가 만든 ‘창조경제타운’에 들어가면 ‘국민의 창의성과 과학기술, 정보통신 기술의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경제’라고 정의하고 있다.창조가 아니라 흔히 쓰이는 ‘창의’라는 말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굳이 창조라는 말을 선택한 것은 ‘융합’이라는 실천적 개념까지 포함하고자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결국 요약하자면 창조=창의+융합이라 할 수 있겠다. 노무현 정부가 수많은 분야에서 혁신을 강조했는데 과연 혁신도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혁신 후의 융합,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이뤄내자는 제안에는 약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현 정부가 창조경제를 도출해낸 것은 탁월한 듯 보인다. 이 창조경제가 노무현 정부 때 ‘혁신 피로증’이 일었던 것과는 달리 ‘창조 피로증’이 따라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효과”라는 결과물을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내놓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의 창조경제 이론을 지방화시킨 ‘경북형 창조경제 실천전략’이 지난 주 경북도에서 나왔는데 이를 보면 ‘이른 시일 내의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경북의 전략 역시 ‘성장동력의 융합’이라는 한 줄로 설명이 가능한데, 3대 가속기 클러스터, 5세대 이동통신, 3D 프린팅, 전자의료기기, 항공전자, 자동차 부품, 섬유기계, 지능형로봇, 백신산업, 정보통신기술 등의 성장동력을 서로 융합하고, 또 이들 과학기술과 경북의 문화자산을 융합해 새로운 성장을 이룬다는 것이다.그런데 어느 분야끼리 언제 어떤 절차로 그리고 누가 나서서 융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전략이 서지 않았으니 일단 발표에 급급했던 인상을 준다. 이제 전략 수립 단계이니 융합의 결과물은 이 정부 후반이나 다음 정권에서야 맛 볼 수 있을 것 같다. 창조경제라는 용어의 생명력은 개인소득이 2만 달러선에서 정체된 현상을 정권 임기 내에 돌파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달성하면 멋진 경제용어로 다음 정권에서도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MB노믹스’와 같이 담배연기처럼 사라질 것이다. 류상현(대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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