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여성우선 공천지역’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깊은 늪에 빠졌다. 당은 지난 19일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경북 포항을 여성우선공천 지역으로 추가 선정했으나 남성 예비후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일 최고위에서 최종 결론을 내야할 상황인데도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특혜 시비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머지않아 여성우선공천 지역 후보자 재공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등의 불끄기에 급급했으니 앞날이 순탄치 만은 않다.  이미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가 경선 규칙을 놓고 정면충돌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는데다 여성우선공천지역의 결정권을 놓고 격렬하게 맞붙었으니 참신한 정치권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눈엔 참으로 가관이다.  특히 일부 최고위원들은 공천위원회가 보고한 여성우선공천지역에 대해 반대 의사를 보이자 공천위원장인 홍문종 사무총장과 부위원장인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이 이게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져 자칫 당 지도부 내부 분열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포항지역 사회단체까지 가세해 상황판단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고, 당이 수습 대책으로 내놓은 공천 재신청 추진 움직임에 대해 여성 신청자와 국회의원·여성단체들은 오히려 “여성우선공천의 비율을 준수하라”며 적극 반발하는 등, 성 대결의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두 말할 나위 없이 새누리당의 이번 지방선거의 기본방침은 ‘상향식 공천’이다. 그리고 전략공천은 상향식 공천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임을 명확히 했다. 따라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가 기본방침을 이길 수는 없다. 기본방침에 위배된다면 하위 방침은 철회하는 것이 옳다.   이제 새누리당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어느 길로 가든 상처는 크다.  공천위 결정을 따르자니 시민들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쇄신과 개혁’ 이미지를 부각시켜 줘야하고, 이를 뒤엎자니 도대체 ‘새누리당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지도력 부재(不在)에 대한 여론의 화살을 맞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은 정해졌다. 어떤 방법으로든 하루빨리 봉합하는 것이 새누리당과 시민을 위해 바람직한 길이다. 시간은 상처를 더 깊게 해줄 뿐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새누리당 지도부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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