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의 경북도지사 예비후보(이하 ‘후보’) 3명 모두 경북도청 제2청사 건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안동·예천으로의 도청 이전을 원래부터 탐탁지 않게 여겨왔던 경북 동남권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이 공약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누가 당선되든 제2청사 건립은 당연히 추진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공약을 자세히 보면 세 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제2청사는 사실 ‘진짜’가 아니다. 김관용 후보는 제2청사라는 말 대신 ‘(가칭)환동해발전본부’라는 이름의 기구를 공약하고 있다. 박승호 후보는 제2청사를 ‘출장소’라고 밝혔는데 그가 밝힌 업무분장을 보면 김관용 후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본부’나 ‘출장소’는 모두 진정한 제2청사와는 거리가 멀다. 제2청사라면 이를 관할하는 수장으로 부지사를 두어야 하고 조직과 업무가 본청과 거의 같다. 유일하게 제2청사를 가진 경기도의 경우 수원에 본청이 있고, 제2청사가 의정부에 있어 북부의 10개 시·군을 관할하고 있다. 하지만 김·박 후보가 밝힌 ‘본부’와 ‘출장소’는 이처럼 일정 구역을 관할하는 청사가 아니라 환동해 관련 업무만 담당하는 기구일 뿐이다. ‘본부’와 ‘출장소’는 후보들이 건립의 한 가지 이유로 내세운 ‘신도청까지 접근성 불편’ 논리와는 거리가 멀다. 환동해 관련 외의 다른 업무를 위해서는 여전히 신도청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그런데 권오을 후보는 경기도와 같은 ‘진정한 제2청사’인지 ‘본부’나 ‘출장소’ 개념인지 명확한 구상을 내놓지 않고 막연하게 ‘임기내 제2청사 건립’만 외치면서 “당선되면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세 후보 모두 진정한 제2청사 건립은 공약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어쨌든 누가 당선돼도 제2청사 또는 ‘본부’나 ‘출장소’ 건립이 추진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중대한 일이 타당성 조사나 면밀한 검토 없이 표를 의식한 즉흥적 발상에서 나온 공약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추진도 하기 전에 지역간 갈등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 ‘임기 내 제2청사 건립’ 역시 불가능한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제2청사가 추진되면 도청 뿐 아니라 도교육청과 경찰청도 제2청사를 둘 수 밖에 없다. 실제 경기도가 현재 그렇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것이다. 당연히 정부에 또 손을 내밀어야 하고 이 때문에 지금의 도청 이전 과정처럼 다른 사업들을 축소하고 연기하는 일을 또 겪어야 한다. 경북의 발전이 한 걸음 더뎌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경북도가 2개로 나눠지는 결과까지 각오해야 한다. 제2청사가 동남권에 들어서면 경산, 고령, 성주, 청도, 칠곡, 군위 같은 지역이 또 소외된다. 이렇게 되면 이들 중 일부는 대구광역시로의 편입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결국 제2청사 논란은 현재의 도청 이전 자체에 대한 회의까지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 도청 이전이나 제2청사 건립이 균형발전을 가져올지는 모르겠지만 지역갈등을 키우고, 소중한 세금을 낭비하면서 경북 전체의 발전에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커질 것이다.이런 이유에서 벌써부터 제2청사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동남권 주민들의 접근성 불편은 첨단 통신과 고속도로 건설로 해소되기 때문에(실제 경북도는 경북 전체를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드는 도로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2청사보다는 환동해 업무에 국한된 기구의 건립이 타당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동남권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제2청사에 대한 세 후보의 ‘구체적인’ 생각이 갈수록 궁금해진다.류상현대구취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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