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장점 중 하나는 딱딱하게 굳어진 뇌의 허를 찌르는 것이다.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기존가치들을 전복시킴으로써, 삶의 항해에 연료를 공급해주고 항로를 진단토록 도와준다.  믿음(belief)에 대한 이야기는 어떠한가? 실상 믿음은 성스러움을 촉발시키는 구조물 안에서 거룩함을 지향하는 제사를 지내는 활동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언제`, `어디`, `누구`라도 비껴갈 수 없는 것이 바로 무언가를 믿는 행위이다.  당장, 내가 들어와 앉아있는 건물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 내가 부모라 부르는 분들이 나를 낳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수많은 행성들 가운데 지구라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것 등을 의심치 않는 것이 그런 예들이다.  우리가 굳이 그런 것들을 믿음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당연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의식이 아닌 무의식적인 믿음들은 고로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믿음이라는 역설을 내포한다.   `2014 Young Artist Compe` 수상 개인전 `Unfaithful Belief` 을 여는 임영주(1982-) 작가는 이처럼 도처에 만연해 있는 믿음의 실체들을 특히 설화나 토속종교에서 건져 올리거나, 혹은 그것들과 엮는 작업들을 지속해 오고 있다.   다양한 종교적 환경에서 비롯된 믿음에 관한 관심사를 예술적 주제로 심화하기 위해, 그녀는 르포작가도 마다 않는다.  벌겋게 달궈진 듯한 남근형상을 비롯하여 꽤 얄궂은 성기형상의 작업들은 임신이 술술 잘된다는 대구시 달성군의 한 아파트에서 채집한 이야기와 그 주변 지형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이런 그림들은 그 현장에 가보지 않은 관람자들에게 신목과 임신아파트의 영험함을 대신 전해 주는 영매와 같은 역할을 한다.  김 소 원  문화평론가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