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예상보다 강도가 높았다. 박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 대국민 사과와 함께 `관피아(관료+마피아)` 철폐, 공직사회의 대대적 혁신방안, 국가안전처(가칭) 신설 등 사후 계획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고강도의 메시지가 들어있었다.  먼저 "그동안 국민의 안전과 재난을 관리하는 기능이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어 컨트롤타워의 문제가 발생했다"며 `국가안전처` 설치와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 수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세월호 사고 초기 대응과 수습에 실패한 해양경찰청과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부에 들어갔다.   일단 해경은 해체된다. 해경은 출범 이래, 구조·구난 업무는 사실상 등한시 하고, 수사와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하면서 해양안전에 대한 인력과 예산은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해수부 역시 해양교통 관제센터(VTS)를 국가안전처로 넘겨 통합하는 대신 해양산업 육성과 수산업 보호 및 진흥에 전념토록 해 전문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안행부의 핵심 기능인 안전기능은 국가안전처로, 정부조직업무와 공무원 인사 기능은 총리실 행정혁신처로 이전된다. 안행부는 사실상 해체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처럼 3개 부서를 대폭 수술하겠다고 밝히자 세월호 사고 실종자 가족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아직 20여 명이 구조되지 못한 상황인데 해경이 해체된다면 자칫 구조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실종자 가족들은 대국민담화에 "실종자 언급이 없었다"며 즉각 불만을 토로했다. 야당은 "해경 해체는 지극히 자극적 충격적 요법으로 모든 책임을 해경에 넘기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또 박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관련 행사 참석 출국에 대해서도 "이 시점에 꼭 출국해야 하는지 많은 국민이 공감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국민담화는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바라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를 통해 대통령은 앞으로의 의지와 사후 조치를 국민 앞에 명백히 천명하고, 국민적 역량을 재결집하기 위한 모티브로 삼아야한다.  그런데 이처럼 국론을 충분히 수습하지 못한다면 대국민담화는 효과가 없다. 물론 박 대통령은 강력한 개혁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개혁에는 항상 방향과 속도(速度)가 문제의 핵심이 된다. 늦어도 지탄을 받고 너무 빨라도 지탄을 받는다. 지금 갈래갈래 찢어진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는 정부는 어느 정도의 개혁 속도를 내야하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 봐야할 것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