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초동수사 미흡`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건 사고 때마다 초동수사 미흡은 항상 꼬리표를 달고 다니지만 이번에도 그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자를 것인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주검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병폐를 또 한 번 들춰주고 있다.    22일 경찰청은 유 씨 수사와 관련, 우형호 순천경찰서장과 담당 형사과장을 직위 해제했다. 유 씨의 사체 발견 당시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이유다. 그리고 과학수사팀장 등 관련자 전원에 대한 감찰에 돌입했다. 지난 6월12일 순천 매실밭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한 변사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당시 유 씨 검거에 혈안이 된 경찰이었지만 이를 단순 변사 사건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지난 22일 발견 후 40일이 지나서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사체가 유 씨라고 결론지었다.   순천경찰서는 당시 발견된 변사자의 행색이 노숙인 같고 유 씨라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다고 판단, 무연고자 변사 사건으로 처리한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사체와 함께 발견된 유류품 중에는 세모그룹 계열사에서 제조한 `스쿠알렌` 병과 고가의 명품 브랜드 의류 등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사체는 10여 개 가량의 금니를 하고 있었고, 유병언의 신체 특징으로 알려진 백발 상태였다는 점 등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어도 신원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경찰의 초동수사가 엉망이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초동수사`는 사건 발생 직후 범죄 현장을 정밀 관찰하여 수사 자료를 발견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초동수사가 가장 중요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핵심적인 요소임은 두 말할 나위없다.  따라서 현장 자료 확보는 물론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놓고 변사자의 신원을 파악해야 할 경찰이 처음부터 `유 씨일 리가 없다`는 선입관에 사로잡혔으니 평범한 노숙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사건에서는 초동수사, 사고에서는 초동대처가 가장 중요하다. 첫 단추가 잘못되면 문제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뼈아팠던 것도 초동대처의 실패가 아닌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도 초동 수사에 문제점이 많았다. 당시 피해아동이 용의자를 수차례 지목 했는데도 경찰은 이를 증거로 확보하지 못해 15년째 미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지겹도록 들어온 `초동수사 미흡`에 국민은 식상해있다. 우리사회에 기본질서가 무너지고 있듯이 경찰에서는 수사의 기본인 초동수사가 무너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인 `허둥지둥 초동대처`와 유 씨 변사체에서 보인 `건성건성 초동수사`는 우리사회 총체적 부실의 표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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