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한 경찰청장이 28일 검찰과의 협조체계 구축을 위해 `경·검 공동대변인제`를 도입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엄연히 양 기관을 대변하는 대변인 제도가 존재하는데도 `공동대변인`을 두자는 제안은 다소 생뚱맞아 보인다. 이에 대한 검찰의 반응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밖에 없는 경찰의 사정도 알고 보면 실로 딱하다. 최근 검찰과 경찰의 상호 비협조를 보는 국민의 시선이 부글부글 끓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소속 검찰과 안전행정부 소속 경찰은 엄연히 다른 기관이다. 일반적으로 검찰은 `올바른 법 집행`을 하는 기관이고,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범죄수사가 진행되면 검찰과 경찰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범인을 검거하는 것이 곧 올바른 법 집행이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기관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 범인 검거와 사건 해결이 우선이지, 어느 기관이 검거했느냐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과(功過)는 문제가 해결되고 난 다음에 일이지, 문제 해결 과정에서는 양 기관이 최대한 협조하고 상호 공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적어도 국민은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런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수사를 보면서 국민의 이러한 상식은 완전히 무너졌다. 검찰과 경찰 사이의 간극(間隙)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검·경은 유 씨 부자 수배 단계부터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정적 순간마다 엇박자를 보였다. 먼저 검찰은 지난 5월25일 유 전 회장이 전남 순천의 한 별장에 머물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도 경찰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독자 검거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유 씨 별장에서 현금 10억 원 가량이 발견됐는데도 이를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 유 씨가 거액을 두고 달아날 정도로 다급했다면 멀리가지 못했을 것이므로 수색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란 게 경찰의 설명이다. 역시 유 씨의 사체는 별장 인근에서 발견됐다.    지난 25일 유 씨의 장남 대균(44) 씨의 검거 과정을 보면 공조가 과연 존재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인천지검은 그 날 오후 4시 브리핑을 열고 "대균 씨가 이달 안에 자수하면 선처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같은 시각 경찰은 이미 경기도 용인의 오피스텔에서 대균 씨 검거 작전을 펼치고 있었고 곧 대균 씨를 검거했다. 기가 막힌 비협조 사례다.  물론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있다. 따라서 수사지휘 측면에서 보면 검찰이 `갑`이다. 그러나 수사 인력이나 일선 수사 경험 측면에서 보면 경찰이 월등 앞선다. 두 기관이 공생(共生)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제 두 기관의 비협조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국민은 똑똑히 보았다. 그리고 대의명분은 안중에도 없는 두 기관의 공명심 싸움에 국민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내민 제안을 검찰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결과가 지극히 주목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