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우리는 흥륭와문화(B.C. 6200~5200)에서 발견된 세계최초의 옥결(玉玦) ·치아수술 흔적 ·재배종 기장과 조, 동북아 최초의 환호취락유적 ·적석총 등 놀라운 유적과 유물들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오늘은 조보구문화(趙寶溝文化: B.C. 5000~4400)에서 발굴된 독특한 형태의 토기인 존형기(尊型器)에 사용된 놀라운 제작 기법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조보구문화는 1982년 적봉시 오한기(敖漢旗) 고가와포향(高家窩鋪鄕) 조보구촌(趙寶溝村)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이곳을 필두로 조보구문화에 속하는 유적지는 많이 발견되었다. 조보구문화에서는 요하문명 지역의 신석기유적지 가운데 최초로 토기 전체를 검게 칠한 흑도(黑陶)가 나온다. 존형기는 둥근 발우모양의 그릇의 위가 수직으로 연장된 모양이다. 이런 형태의 그릇은 후대 청동기에서 보이는데 이것을 존(尊)이라고 부른다. '존형기'는 '청동기 가운데 하나인 존(尊) 모양의 토기'라는 의미이다. 조보구문화의 여러 유적지에서는 많은 존형기가 출토되었다. 7000년 전의 신석기시대 토기들은 대부분 색이 칠해지지 않았고, 문양이 있어도 빗살무늬토기처럼 나뭇가지 등으로 선을 그은 문양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7000년 전의 토기에 그림을 그려넣은 '채도' 자체도 드물뿐더러, 채도라고 하더라도 단순히 붓으로 연속된 기하문이나 간단한 동물이나 물고기 등을 그리는 수준이다. 그러나 조보구문화에서 여러 점 출토된 존형기는 7000년 전이라고 상상하기 힘든 발달된 기법이 보인다. 1983년 오한기(敖漢旗) 오길향(敖吉鄕) 남대지유지(南臺地遺址)에서 발견된 사슴문양이 그려진 녹문존형기(鹿紋尊形器)는, (1) 우선 토기 표면을 검게 마광(磨光: 검정색 토기를 돌로 문질러 반짝반짝하게 만듦)하고, (2) 2마리의 사슴을 음각선으로 파낸 후에, (3) 음각선 외부의 여백 부분을 조밀한 '사선으로 된 격자문(斜線格子紋)'으로 긁어내서, (4) 전체적인 그림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기법을 사용했다. 아래 사진에 소개한 논문존형기를 보는 사람은, (1) 현대적 디자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거의 반추상에 가까운 세련된 2마리의 사슴 디자인에 놀라고, (2) 그림과 여백의 배치에 보이는 균형감과 조화에 놀라고, (3) 선각된 사슴 그림의 여백을 사선격자문으로 제거하여 그림을 남기는 새로운 제작기법에 놀라게 될 것이다. 비슷한 시기 황하문명 지역의 앙소문화에서 나오는 채도들은 점토질의 붉은색 토기에 붓으로 검은색의 검댕을 이용하여 반복적 기하문, 물고기, 사람 얼굴 등을 그린 것이 전부다. 조부구문화는 앙소문화 보가 조금 이른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 대단히 발달되고 세련된 디자인과 기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똑같은 기법의 토기들이 조금 늦은 시기의 한반도 북부 지역과 연해주 일대의 신석기시대 토기에도 보인다는 것이다. 지면 관계상 상세한 사진 자료를 소개하기는 어렵지만, (1) 함경북도 선봉군 굴포리 서포항유지 3기(B.C. 3000~2500)의 타래무늬토기와, (2) 평양시 삼석구역 호남리 남경유지(B.C. 3500~2000)의 번개무늬토기에도 똑같은 기법이 보인다. 이것은 요하문명 지역이 황하문명 지역과는 다른 독자적인 문화권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이런 기법이 한반도 북부와 평양 지역까지도 보인다는 것은 요하문명이 한반도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