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봉사하라는 말을 하지 않아요. 다만, 다음의 내 모습이라 생각하고 타인을 돌보라고 조언을 해요”대구적십자에서 2만2000이상의 시간 동안 봉사해 온 손옥자 봉사원(여·69)이 봉사를 이제 막 시작하는 후배 봉사원에게 당부하는 진심 어린 조언이다.7남매 중 막내라 자신을 소개한 손 봉사원은 막내라는 소리가 무색할 만큼 집안의 가장 같은 책임감으로 40대 중반부터 23년째 한결같이 지역사회의 복지증진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다.“진짜 도움이 필요한 분을 위해 봉사를 하고 싶어요”라며 장애인의 삶과 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 현장에서 봉사 중 겪은 부상으로 불편한 다리가 됐음에도 더 몸이 불편한 이들의 튼튼한 다리가 되어주고 싶은 의지를 전했다.척수장애인협회 설립 초기부터 열악한 장애인들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인적·물적 도움을 제공해 협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함께해 오고 있는 손 봉사원은 1999년부터 현재까지 30여명의 척수장애인의 중식을 챙기고 휠체어 보조 활동으로 거동을 도와 외출을 도우며 생일상을 차리는 등 척수장애인협회의 다양한 활동에 감초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또 2001년부터 동료 봉사원들과 대구여성장애인연대에서 여성장애인 15명의 목욕 봉사를 하면서 그들의 말벗이 돼 주었고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중식 지원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아울러 장애아동들과 ‘아이사랑 거북이 마라톤’ 행사에 참가해 느리지만 완주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아이들의 휠체어를 밀어주는 등 장애인의 삶이 전보다 나아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유일하게 손 봉사원에게만 마음을 열어주고 자신의 몸을 목욕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 여성장애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가 가장 마음이 아팠다는 손 봉사원은 “장애인들 앞에서 함부로 말 해서는 안됩니다. 그들도 인격이 있고,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기에 도움을 요청할 때 진심을 다해 돕는 것이 그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법입니다”며 그만의 철칙을 전했다.손 씨는 장애인을 위한 활동 외에도 지역 복지관에서 매주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에게 나눠줄 반찬을 만들고, 적십자 희망풍차 결연활동의 하나로 부식세트 전달 및 어르신들 말벗이 되어드리는 등의 돌봄봉사도 15년째 이어오고 있다. 뿐만아니라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2016년 서문시장 화재, 코로나19 환자이송 소방대원 지원 급식활동 등 전국 방방곡곡 자연·사회재해 현장 속 어려운 이웃이 있는 곳이면 장소를 불문하고 도움을 주려 한다. 손 씨의 대가 없는 봉사는 대구달서구청장 표창, 대구시장 표창, 행정자치부장관 표창,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대한적십자사 총재 표창 그리고 지난해 말 대통령 표창까지 그의 선한 행보를 증명해준다.지금도 봉사 중 다친 다리를 영광의 상처라 여기며 “힘이 닿는 한 봉사 현장에서 동료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한 손 씨의 봉사는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