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여야가 모처럼 협치의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이 입장할 때나 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 여야 의원들 모두가 기립박수를 보냈다. 시정연설을 마친 대통령은 여야 의원들을 찾아가 환한 미소로 허리 굽혀 일일이 인사를 했다.
야당인 민주당과의 협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이날 윤 대통령의 첫 국회 방문에는 회색 정장 차림에 하늘색 넥타이를 맸다. 김건희 여사의 추천이라고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당색인 파랑에 가까운 색깔의 정장 차림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취임식 이후 엿새 만이다. 국회 본관 앞에는 이춘석 국회 사무총장이 마중을 나왔다. 윤 대통령은 박병석 국회의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지도부와 환담했다. 대통령취임 이후 국회 첫 방문이라서 그런지 의원들과 만남이 밝고 환했다.
윤 대통령 본회의장 입장과 동시에 여야 의원들 모두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중앙 통로를 통해 연단으로 내려가는 윤 대통령을 제일 먼저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맞았다. 박 원내대표가 90도에 가깝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윤 대통령 역시 낮은 자세로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이어 진성준 원내부대표, 오영환 원내대변인, 김민기·백혜련·서영교·양이원영·천준호 등 민주당 의원 10여 명과 악수를 했다. 검찰 선배인 민주당 김회재 의원과는 반가운 듯 약 3초 동안 눈을 마주쳤다.
윤 대통령은 연설 시작에 앞서 왼편·오른편에 앉은 여야 의원들을 향해 두 차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후 마이크 앞에 서서 연설을 시작하려 하자 뒤편에 서 있던 박병석 국회의장이 "의장에게도 인사하십쇼"라고 유머를 재치있고 능란하게 구사해 본회의장 안에 웃음이 터졌다. 국회의원 이력이 없는 이른바 '0선 대통령'으로 국회 문화에 익숙지 않았지만 국회의원들은 그의 여유로운 제스처에 놀랐다. 윤 대통령의 연설은 '경제'라는 단어가 10번으로 가장 많이 나왔고, 이어 위기(9번), 국민·개혁(7번), 협력·민생(5번), 도전(4번), 안보·초당적 협력(3번) 순이었다.
연설 도중 의원들의 박수가 18차례 나왔다. 윤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히고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시절의 전시 내각 협력을 얘기했을 때 박수 소리가 특히 컸다. 윤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도 여야 의원들 모두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이 앉아있는 쪽으로 걸어 나가며 그대로 회의장을 뜨는가 싶더니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려 민주당, 정의당 의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후 약 5분 동안 정진석 국회부의장 안내를 받아 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 또는 '주먹 인사'를 했다. 문 정권 마지막 법무부 장관 박범계 의원과도 웃으며 인사했다.
이번 추경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선물 보따리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시험대가 될 첫 추경안 처리를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벌써 국토교통부 소관의 정부 추가경정예산안 심사가 야당의 발목잡기로 파행을 겪고 있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보여준 여야기립박수의 아름다움이 여야협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