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구박물관이 국립한글박물관과 공동으로 오는 20일까지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 특별전을 연다.
 
내방가사는 조선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여성 스스로의 목소리로 그들의 삶과 시대 그리고 가치관을 담아 창작한 글이다. 한글로 지어 서로 돌려보고 물려준 한글 문학이자 우리의 소중한 기록유산이다. ‘여성의 주체적이면서 자발적인 자기표현’이었던 내방가사는 수많은 기록유산 가운데서도 특히 주목받고 있다. 세계사적으로 보아도 여성의 삶을 기록한 역사자료가 아주 적은 데다 여성 스스로 자신의 삶과 가족 등 일상의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는 문학 장르가 드물기 때문이다.영남지방에서는 내방가사 창작이 조선 후기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내방가사가 활발히 창작돼 향유되는 대구·경북지역에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의 의미는 남다르다.국립대구박물관은 "할머니에서 어머니, 어머니에서 딸과 며느리 그리고 손녀에게로 이어져 오고 있는 내방가사를 통해 ‘이내말씀 들어보소’라고 외치던 여성들의 열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1부 ‘내방 안에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내방은 ‘작가의 생활공간’이면서 자신의 문제적 상황을 알아채고 생각을 정리하는 성찰의 공간이었다. 이 공간에는 자식을 잘 키우고 집안을 일으킨 당찬 여성과 딸을 가르치려는 근엄한 여성, 그리움에 사무치거나 큰 슬픔을 겪은 애절한 여성의 목소리가 있다. '쌍벽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두 자손의 앞날을 축복하고 있고, '잊지못할 못할 내딸이라'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딸에 대한 슬픔과 고통의 심정을 적은 가사이다.
2부 ‘세상 밖으로’에서는 격동의 시대를 마주한 여성들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개화기라는 변화의 물결이 일어 내방의 문이 열리자 여성은 새로운 세상을 가사에 담고자 하는 창작열기를 더욱 뜨겁게 불태웠다. 그들은 전통적이면서도 새로운 인식을 갖는가 하면 변화하는 세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도 하고 가사의 노랫말이 널리 퍼져 식민지의 현실이 바뀌기를 염원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격동의 세월을 보냈다. '해방가'는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옛 관습에 매여 사는 여성을 향해 남녀평등을 알리고 학교 교육을 권하고 있고, '눈물뿌려 이별자라'는 식민지 아래서 조국을 떠나 이국의 낯선 곳으로 가야 하는 심정을 잘 담고 있다.
3부 ‘소망을 담아’에서는 가족과 서로의 인생이 잘되길 희망하는 여성의 바람과 함께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내방가사를 소개한다. 여성이 풀어낸 인생 이야기 안에는 언제나 자신과 가족이 있었으며 그들의 가장 큰 소망은 안녕과 평화였다. '덴동어미화전가'는 화전놀이에 모인 여성들이 함께 덴동어미의 고통과 삶에 서로 공감하면서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나누고 있고, '헌수가'는 부모의 무병장수를 바라는 자식의 소망을 담았다. 특별전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는 지난해 12월 국립한글박물관이 기획해 한글로 기록한 여성의 문예 창작물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은 전시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국립대구박물관 관계자는 "내방가사의 본향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조명하고자 한다"며 "내방가사가 전하는 여성의 목소리는 단순히 흘러간 옛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미래에 크고 힘찬 울림을 주는 역사의 목소리이기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대구·경북지역 순회전시에서 공개하는 전시품은 화전가 등 200점이며 출품처는 기관과 개인을 모두 합쳐 24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