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선에서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한 어민 2명을 북으로 넘긴 사건을 둘러싸고 신-구 정권이 또다시 정면으로 충돌했다. 문재인-윤석열 전·현 정부가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에 이어 북한 관련 사건 처리 과정을 놓고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정의용 전 실장이 17일 입장을 발표하자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자는 말이 나오지만, 국회 원 구성 협상도 지지부진한 마당에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양측은 귀순 의사의 진정성과 북송 결정 과정 등에 있어 판단이 확연히 다르다. 정 전 실장은 전날 '흉악범 추방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아예 제목에서 탈북 어민을 '흉악범'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들은 그냥 사람 한두 명 죽인 살인범이 아니라 희대의 엽기적인 살인마들"이라며 "귀순 의사 표명 시점이나 방식 등에 비추어 이들의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이어 "통상의 귀순 과정으로 볼 수 없었다. 관련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우리 법에 따라 북한으로 추방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입장문이 나오고 5시간 뒤 최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탈북 어민을 엽기적 살인마로 규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우리 정부 기관이 우리 법 절차에 따라 충분한 조사를 거쳐 결론을 내렸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을 접하는 국민은 혼란스럽다. 흉악범 소리를 듣다 보면 북으로 빨리 보내길 잘한 것 같기도 하다가도 북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진을 보면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강제로 북송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이제 양측은 감정싸움이나 주장을 멈추고 관련 사실들이 명백히 밝혀질 수 있도록 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탈북 어민이 과연 귀순 의사가 명확히 있었는지, 북송 과정에서 북한과 어떠한 소통이 이뤄졌는지 등이 핵심이다.  정무적인 판단을 제대로 했는지와 별개로 북송 과정에서 국내법, 국제법 등 절차적인 문제의 위반 여부를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다. 국가정보원에 탈북어민에 대한 조사 내용이 남아있다고 하니 필요하다면 그 내용을 공개하기 바란다. 통일부도 북송 사진 이외에 영상이 있다면 공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자료가 제한된 상황에서 양측의 일방적 주장만을 보는 국민은 피곤하다.  전·현 정권이 각종 의미를 부여해가며 각각의 입장을 강변할 것이 아니라 있는 사실 그대로를 언론에 공개하고 판단은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 국회 정보위원회나 국방위원회 등에 먼저 설명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정조사나 특검 등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여야 입장이 갈려 합의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근거 없는 막연한 주장이나 강변은 물가 급등, 금리 인상 등으로 정신없이 무더위를 보내는 국민을 더 짜증 나게 하는 일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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