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당들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선거비용도 보전받고 선거보조금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에 쓰라는 돈을 퇴직금 주고 엉뚱하게 사용해 세금 낭비 막자는 잇단 지적에도 양당선 법 개정 논의조차 외면해 국민을 위한 국회가 아닌 국회를 위한 국회란 비난이 높다.
선관위는 선거보조금의 유용을 막기 위해 지난해 5월 국회에 이중 지원제도를 폐지하자고 건의 했지만 여야는 이를 논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초 선거법을 고쳐 기존 보조금에 더해 '청년추천보조금' 제도를 만들었다. 올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선거운동에 쓴 비용 거의 전부를 국민이 낸 세금으로 보전받고도 '선거보조금' 명목으로 867억 원을 더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전에 선거보조금을 주고 선거 후에 또 선거비용을 보전해주는 '이중 지원' 제도 때문이다. 양당은 이렇게 받은 돈 가운데 상당액을 당직자 월급, 퇴직연금 적립금 등 선거와 무관한 용처에 썼다.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의 허점을 고쳐 세금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양당은 법 개정을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양당은 선관위에 대선 비용으로 총 848억 원을 썼다고 신고해 826억 원(97.4%)을 보전금으로 받았다. 양당은 이와 별도로 선거보조금을 대선·지선 각 한 달 전에 받았다. 2월에는 대선 보조금으로 각각 194억 원과 225억 원, 5월에는 지선 보조금으로 210억 원과 238억 원을 받았다. 양당은 이를 선거에 다 쓰지 않았고, 6월말 기준 각각 91억 원과 122억 원을 남겨놓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 213억 원을 국가에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선거를 두 번 치르고 수백억 원대 '수익'을 거둔 셈이다. 국가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용도가 정해져 있고, 쓰고 남은 금액이 있으면 국가에 반납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부 사업 예산도 남은 금액이 있으면 이듬해 예산이 깎인다. 그러나 선거보조금만은 선거운동에 쓰지 않아도 되고, 남아도 국고로 환수되지 않는다. 양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만든 정치자금법에 따른 것이다. '정당이 정치자금을 부정하게 조성해 쓰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선거보조금 제도가 각 당이 선거철마다 쌈짓돈을 마련하는 제도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당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만 각각 98억 원과 111억 원의 '경상보조금'도 받았다. 그런데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은 구분 없이 모두 인건비, 사무용품비, 사무소 설치·운영비, 공공요금, 당원 교육훈련비, 조직활동비, 선전비 등으로 쓸 수 있게 돼 있다. '같은 지갑'이다 보니 선거보조금을 엉뚱한 곳에 쓰거나, '비상금'처럼 쌓아두는 게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올해 받은 선거보조금 중 12억 원을 당직자 퇴직연금 적립에 썼다. 465만 원은 당사에 무인경비시스템을 설치하는데 썼다. 민주당은 당직자 월급을 주는 데 5억4350만 원, 당직자 퇴직연금 적립에 3772만 원, 당사 수도·가스요금에 644만 원을 썼다.
국민 혈세를 절약할 수 없을까. 평상시라면 경상보조금이나 당원들에게 걷은 당비로 지출했어야 할 금액을 선거보조금 주머니에서 빼 쓴 것이다. 국회는 사태 해결을 위해 양심을 걸고 이중지원제도 폐지에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