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경주보문관광단지의 오폐수 관로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 보문호 오물 무단 방류 사고(본지 9월 15일·22일자 1면 보도)와 관련해 책임기관인 경주시와 경북문화관광공사, 한국농어촌공사 경주지사가 근본적인 원인을 알면서도 개선없이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특히 40년 넘은 경주보문단지 오폐수 관로 시설의 적정 처리량이 한계에 달했음에도 관계기관에서는 협의 한번 없었고 대책 마련에도 무관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앞서 지난 14일 경주보문관광단지 내 호텔·리조트·콘도 등 숙박시설의 오폐수를 처리하는 하수관로에 문제가 생기면서 보문단지 산책로의 배수로를 통해 분뇨 등 오물이 그대로 보문호로 방류됐다. 본지 보도 이후 지난 23일 오후 찾은 라한호텔 뒤편 산책로 현장은 경주시의 응급조치로 인해 오물 역류 현상은 더 발생하지 않고 있었다. 경주시는 오폐수 관로에 오물을 직접 빨아들이는 고압특수차량을 동원해 임시조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또한 사고 발생 이후 임시조치까지 일주일 가량의 시간이 소요돼 보문호에 방류된 오물 등의 양은 수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농어촌공사 경주지사는 현재 수질검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문호 오물 방류는 형산강 수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인 오폐수 관로는 지난 1979년 경주 보문관광단지가 조성될 때 매설한 후 한 번도 교체한 적이 없어 약 40년 정도 노후한 것으로 관로 이상은 예견된 사고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시 태풍의 영향도 있었지만 추석연휴(보문단지 8만여 명 방문 집계) 등으로 숙박객이 넘쳐나면서 오폐수를 처리할 수 있는 적정량을 넘어 가압장 시설에 역류 등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40년 전 당시 경주보문단지 내 7천여 객실을 수용할 수 있는 10여 개의 호텔과 콘도 등의 오폐수 처리를 기준을 설계됐지만, 이후 우후죽순 생긴 북군동 펜션 단지, 손곡동 지구, 블루원리조트, 캘리포니아비치, 경주엑스포공원, 천군동 쓰레기매립장 등의 오폐수가 모두 신당천 하수관로로 이어지는 이곳 관로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장 투숙객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10월 연휴기간에도 오폐수 역류 현상은 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다. 오폐수 관로시설 개선에 가장 시급한 조치로는 경주월드에서 라한호텔까지 해당하는 3Km 구간의 300mm관로 교체 등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비에는 약 4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주시와 경북문화관광공사, 한국농어촌공사 경주지사 등 관계 기관은 사전에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협조 요청이나 시설 개선은 전혀 진행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보문단지 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오폐수 처리량을 넘어서 역류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하수관로 책임기관인 경주시에 여러 차례 협조를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며 "보문호 수질 관리도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부유물 등을 처리하지 않아 직접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경주시민 A씨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 정상회의) 경주 유치에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 보문관광단지 숙박시설인데, 국제행사의 수많은 해외 내빈과 대규모 관광객 등이 보문관광단지에 머물렀을 때 보문호에 오물이 역류해 방류되는 사고가 또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