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국제화하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컴퓨터 분야이다. 컴퓨터에서 문자를 표현하려면 숫자로된 부호 체계가 필요하다. 유니코드는 대표적인 컴퓨터 문자 부호계 가운데 하나이며 1987년 미국표준국(ANSI)이 제정한 16비트로 된 국제문자표준 부호계이다. 그 이전에는 8비트로 된 정보교환용 미국표준코드(ASCII) 이른 바 아스키 부호계를 사용하였다. 
   
   그런데 컴퓨터 보급이 국제 보편이 되면서 전세계 모든 문자를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문자 부호계의 필요성이 점증되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국제표준기구(ISO)에서 제정한 국제문자표준 부호계인 ISO/IEC 10646이 같은 요구로 활동하고 있었다. 둘은 독립적으로 발전해 오다가 1991년 10월 ISO/IEC 10646 기본다국어판(BMP)과 ANSI의 유니코드를 단일화하게 됨으로써 보급과 발전에 크게 힘을 가지게 된다. 최근에 나온 자바언어 등은 대부분 유니코드를 사용하게 된다. 현재 유니코드는 유니코드협회(unicode.org)에서 관리 및 지원하고 있다.
   한글 부호계가 제정되어 사용되고 있다. 한글은 로마자처럼 자음과 모음을 가지고 있다. 곧 한글 알파벳이다. 한글과 로마자는 표기체계가 다르다. 로마자는 한 줄로 쓰는데 음절 구분이 없다. 그런데 한글은 음절단위로 초성, 중성, 종성을 모아서 쓰므로 직관으로 음절을 알 수 있다. 자음과 모음은 음소(音素,phoneme)라 하며 소리마디 곧 음절을 구성한다. 마찬가지로 한글의 자음 글자와 모음 글자는 자소(字素,grapheme)로써 음절자를 구성한다. 
    
   이는 훈민정음해례는 하나의 소리는 첫소리, 가운데 소리, 끝소리로 구성되는데 “무릇 글자는 반드시 합하여 소리를 이룬다(凡字必合而成音)”를 따른 것이다. 이렇듯 한글은 음절구조를 가지면서 로마자와 다르고 초성, 중성, 종성 낱소리를 가지면서 음소가 없는 음절문자인 일본의 가나와 한자와 크게 다르다. 이것이 부호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제공한다. 정리하면 한글은 세가지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첫째가 자음과 모음이며, 둘째는 초성, 중성, 종성이고 셋째는 음절이다. 한글 부호계는 이 세가지를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이들의 문자 집합의 크기에 따라 1 바이트(8비트), 2 또는 3 바이트를 사용한다. 1974년엔 한글맞춤법에 따라서 자음과 모음을 대상으로 하였고 1 바이트에 표현하였다. 1982년엔 두 바이트(16비트)를 사용하여 초성, 중성, 종성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그런데 이것은 국제문자제정규격(ISO 2022)를 위반하게 되어 1987년 행정전산망 개발과 함께 2 바이트 음절완성형 한글부호계를 제정하여 여러번 개정을 거쳐서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1991년 12월 ISO 산하 JTC/SC2 WG2 국내위원회가 소집되었고 1992년 6월 ISO 문자소위원회(SC2) 서울회의에 제안할 새로운 부호계 제안을 요청하였다. 필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행정전산망 주전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고, 1987년 제정된 정보교환용 한글 완성음절형 부호계에 대한 문제점 해결을 위한 한글코드소위원회에서 문제점 분석과 이에 대한 대안 부호계를 연구하고 있었다. 
   
   필자는 훈민정음해례에서 초성, 중성, 종성을 대상으로 하는 정음형 부호계 연구 결과를 제안하였다. 여러 안이 제안되었는데 1992년 3월 4일부터 2박 3일간 서울교육문화회관에 전문가들이 모여서 도출한 최종안으로 필자가 제안한 정음형 부호계가 국가안으로 확정되었고 그해 6월 SC2 회의에서 채택되어 현재 유니코드 및 ISO/IEC 10646 기본다국어판(BMP)에 hangul Jamo로 등재되어 전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엔 자모형과 완성음절형도 함께 있는데 과학적 정비가 필요하고 본다. 현재 한글 국제화는 600년전 이도 임금님께서 만드신 훈민정음 길 위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