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원이 넘는 돈을 사기당했는데 하소연할 데가 없습니다." 울산 남구에 사는 강대성씨(50)는 지난 2003년 고향인 경주 안강읍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 2층 건물을 샀으나 건축물대장이 없는 불법건축물을 사는 바람에 2억 원이 넘는 돈을 모두 날렸다. 사기꾼 김모씨(52)가 강씨를 속인 방법은 우선 차명으로 등기는 있으나 건축물대장이 없는 땅과 건물을 김씨에게 2억500만 원에 팔면서, 건축물대장은 과세 자료인 `재산세 건물대장 내역서`를 이용했다. 발급이 안 되는 자료로 단순 과세자료에 불과한 서류를 당시 읍사무소에 일하는 직원을 통해 내역서에 볼펜으로 `경주시 안강읍장`을 기재하고 직인을 찍어 발급케 한 후, 이를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등기과에 제출해 등기 이전을 해주는 방법이었다. 부동산을 사며 등기까지 이뤄졌으니 강씨는 이를 눈치챌 수 없었다. 그러나 노래방을 하기 위해 5000여만 원을 들여 내부수리를 한 뒤 소방점검을 받는 과정에서 건축물대장이 없는 것을 안 강씨는 그때서야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됐다. 이후 강씨는 김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해 지난해 구속까지 시켰으나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 그 사이 건물은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 버렸다. 경매가가 낮아 결국 2억 원 가까운 돈을 고스란히 날려버렸다. 강씨는 이런 사기가 가능하게 된 이유를 경주시 안강읍과 법원 등기소의 허술한 일처리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이들에 대한 책임을 추궁했지만 관청은 이리저리 책임을 빠져 나갔다. 당시 경주시 안강읍에서 민원서식에 없는 서류를 발급해 준 담당 공무원은 "직인을 찍어 서류를 발급한 것에 대해선 절차상의 잘못은 있다"고 밝히면서도 "다른 의도는 없었으며 검찰에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경주지원 등기과도 "당시 시·구·읍·면장이 증명하는 서류에 한해선 대체 가능한 지침이 있었다"며 "당시 자료를 찾아 봐야 하는데 아마도 그런 경우 같다"고 밝히며 한 발 물러 섰다. 강씨는 "사기꾼이 자기 명의의 재산을 모두 빼돌리고 나 몰라라 하는 상황에서 경주시도 법원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니 속만 터질 지경"이라며 "사기꾼이 사기를 치는데 행정관청이 이를 도와준 꼴이데 행정관청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강씨는 현재도 경주시 등에 책임을 추궁하고 있으나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사기꾼은 구속돼 있지만 자신 명의로 재산을 두지 않아 돈을 찾을 방법도 막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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