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이상문 기자]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세계의 경제·금융의 허브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산업기반이 관광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기준으로 약 1900만명의 관광객이 싱가포르를 찾았다. 그중 한국인 관광객의 수는 약 70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관광산업은 싱가포르 경제의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싱가포르의 관광자원은 열대우림의 풍부한 자연유산과 더불어 오랜 기간 치밀한 계획을 통해 이뤄진 도시 개발로 정돈되고 격이 높은 문화가 주를 이룬다. 도시의 마천루 사이사이에 영국 식민지 시절과 중국인들이 이주했던 시절의 역사·문화유산도 관광국가의 매력에 힘을 보탠다.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은 도시를 관통하고 흐르는 싱가포르강 좌우에 위치한 클락키와 보트키 지역이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보트를 타고 유람하면서 싱가포르의 과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축적된 도시의 역사를 더듬는다. 그리고 리버크루즈에 오른 관광객들은 싱가포르가 어떤 매력을 지닌 곳인지 한눈에 실감하게 된다.싱가포르 관광의 핵심지역인 클락키와 보트키는 과거 싱가포르 무역의 거점 상업지역이었다. 동양에서 생산된 각종 향신료를 유럽으로 실어나르기 전에 보관했던 창고와 바다에서 잡아 올린 생선을 통조림으로 만들어 보관했던 식료품 공장이 즐비했다. 그리고 클락키와 보트키에 밀집된 계류장에는 바지선과 그 위에서 생활하던 선원들이 빼곡했다. 그러나 경제활동의 중심이었던 이곳으로 인구가 몰리면서 필연적으로 환경오염 문제가 생겼다. 각종 쓰레기는 무단으로 버려지고 생활하수와 산업용 폐기물이 쌓여갔다. 당연히 싱가포르강의 수질오염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1974년 싱가포르 정부는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싱가포르 도시재생청인 URA(Urban Renewal Authority)라는 기관을 만들었다. URA가 설립되면서 내세웠던 미션은 ‘싱가포르를 살기 좋고 일하기 좋고 놀기 좋은 도시로 만들자’였다. URA는 어지럽게 널린 물류시설과 화물 서비스를 바다에 가까운 파시르 판장 지역의 현대식 시설로 이전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클락키와 보트키는 인적이 끊어지고 그동안 유용하게 사용했던 시설들이 방치되면서 슬럼화의 길로 치달았다. 싱가포르 정부는 1977년부터 1987년까지 싱가포르강과 그 주변 환경을 정화했다. 그리고 이 지역을 ‘유산 보존구역’으로 지정했다. 허물어져 가는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물을 복원하고 전면적인 개조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지역을 상업과 주거, 유흥지구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는 클락키와 보트키의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더라도 기존의 역사적 특성을 보완하고 기존의 건물들과 조화롭게 건설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했다.그렇게 재생된 클락키와 보트키는 싱가포르 현대사를 고스란히 보존하면서도 가장 현대적이고 세련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클락키의 복원된 5개 블록의 창고들은 다양한 펍레스토랑과 나이트클럽으로 변신했고 계류장은 싱가포르 관광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리버크루즈 선착장으로 활용되면서 엔터테인먼트와 다이닝허브로 급부상했다. 보트키에서도 무역항의 창고를 최대한 허물지 않았다. 허름하면서 고풍스러운 건물의 외형을 유지하면서 예술적 감각의 디자인을 보탠 카페와 레스토랑이 싱가포르강을 따라 줄을 서면서 싱가포르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존했다. 관광객들은 도심의 빌딩숲을 헤매다가 싱가포르 강가로 다가가 자신이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선택해 앉아 깨끗하게 정화된 강을 조망한다. 그 강 너머 싱가포르 국립문화센터인 에스플라네이드와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호텔 마리나베이샌즈가 바라 보인다. 클락키와 보트키는 젊은 관광객들이 나이트라이프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꼽으라고 할 때 가장 먼저 선택하는 곳이다. 그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어느 누구라도 그곳이 무역항의 창고였거나 선원들의 숙소였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것은 도시재생을 하면서 오랜 토의를 거쳐 최고의 감각과 치밀한 계획을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URA가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최소한 1000명이 넘는 도시계획, 설계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고 결정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도시재생 계획을 세울 때 5년, 10년 단위로 입안하지 않고 무려 50년 단위의 장기계획을 수립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수시로 사회적인 상황에 맞게 계획을 수정 보완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인력과 오랜 기간을 두고 마스터플랜을 마련한 뒤 일방적인 탑다운 방식이 아니라 전문가들과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바텀업 방식을 채용한 점이 싱가포르 도시재생의 성공 비결로 손꼽힌다.   ※ 이 콘텐츠는 한수원(주) 월성원자력본부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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