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사망자 31만 7680명의 사망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은 암이었다. 인구 10만 명당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남자는 199명, 여자는 123명으로 전체의 26.0%를 차지했고 40대 이후의 사망 원인 중 1위가 암이었다.눈부신 의료기술의 발달로 백세시대를 꿈꾸는 세상이지만 누구도 암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지구온난화를 포함한 환경오염, 서구화된 식생활 습관, 일상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라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노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는 것도 큰 원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희망적인 것은 지난 20세기동안 암에 대한 유전자적, 분자적, 세포 수준의 이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 큰 진전을 이루었다는 사실이다. 그 중 하나가 ‘꿈의 암 치료법’이라고 각광받는 중입자치료기를 이용한 암치료법이다.중입자치료기는 연세의료원이 세계에서 16번째로 지난해 9월 도입, 오는 3월부터 가동하는 최첨단 암치료 장비이다. 서울대병원도 2026년 부산 기장군(서울대병원 기장암센터)에서 중입자치료를 시작한다. 중입자치료기는 2009년 독일이 처음 가동한 이래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중국, 일본 등 15곳의 암센터에서만 운용중이다. 중입자치료는 탄소 이온을 빛의 속도의 70%까지 가속해 암세포만 명중시킴으로써 암세포 DNA 조직을 파괴시켜 높은 세포 치사율을 보인다. 몸의 표면에서는 방사량이 적고, 몸속 암 조직에서는 방사량이 최대가 되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여기에 가속기를 이용해 에너지를 조절하고 암세포가 있는 부분에서 입자가 멈추도록 조정하면 정상 세포에는 큰 영향이 없어 부작용이 현저히 적어진다.이로써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등 기존의 치료법으로 치료가 어려웠던 암종을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존 방사선치료의 경우 치료기간이 평균 25차례로 한 달 정도 소요되었지만, 중입자치료의 경우 평균 12차례 치료가 시행된다. 환자 한 명당 치료 시간은 2분 남짓, 치료 후 별다른 통증도 없다. 다만, 준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하루에 치료 가능한 환자 수를 50명가량으로 유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우선 치료 성적이 좋은 것으로 입증된 전립선암 환자 치료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며 두경부암, 골육종암, 폐암, 간암, 췌장암 등 각종 고형암과 전이되지 않은 암 환자들에게 두루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치료비다. 확정된 바는 아니지만 치료비는 약 4000만~5000만 원선으로 예상된다. 추후 보험 급여 적용이 가능할 경우 치료비는 200만~250만 원 수준까지 낮아질 수도 있다는 게 의료계의 전망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이유로 고액 치료 항목의 보험급여 제한을 강화하면서 첨단 치료법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0~2060년 장기 재정전망에서 2040년 누적 적자가 67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계했다. 기재부 역시 2025년에는 건보공단의 누적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재정 전망치는 2026년 건강보험료율이 법적 상한선에 도달 한 후 2040년까지 보험료를 전혀 인상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추산이다. 다시 말해 건강보험료는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수가 인상률과 진료비 증가율을 그대로 적용했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의 수치라는 말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 볼 때 아전인수식 셈법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암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질병이다. 약 170만 여 년 전의 고인류 화석에서도 악성종양의 흔적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주요 사망 원인질환 중 가장 두려운 존재 중 하나이다. 고통 받고 있는 암 환자들이 돈이 없어서 ‘꿈의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중입자가속기치료술의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이 세상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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