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이상문 기자] 싱가포르에서 인도계는 불과 9%다. 하지만 그들이 뿜어내는 인도 문화의 영향은 막강하다. 싱가포르는 인접한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의 전형적인 인도차이나 문화와는 다르게 인도의 색채가 진하게 풍긴다. 도시 곳곳에서 인도인을 흔하게 마주칠 수 있고 맛살라향이 진하게 풍기는 음식과 힌두사원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만큼 인도 문화는 강렬하다는 방증이다.싱가포르의 큰 도로 중 하나인 세랑군로드 좌우로 밀집한 인도계 거주지역을 리틀인디아라고 부른다. 이 지역은 과거 경마장, 우시장, 벽돌 가마가 있었다. 그러다가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세기에 인도인들이 대거 이주해 정착했다. 싱가포르로 건너온 인도인들은 대개 인도 남부 지역과 스리랑카에서 영국의 강제 이주정책에 떠밀려 온 노동자, 군인, 범죄자들이었다. 미리 건너와 무역으로 부를 누리고 있던 유럽인들이 인도인들을 불러와 노동자로 부렸다. 현재 리틀인디아에서 살아가는 인도계는 상당 부분 이들의 후손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은 조국인 인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들이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싱가포르의 현실과 적절하게 타협하면서 독특한 공동체 문화를 형성했다. 세월이 흘렀지만 인도계 싱가포르인들의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6만4000 달러에 이르지만 인도계의 평균 소득은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 주로 저임금 노동자와 상인들이 대부분이니 생활환경이 다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인도계는 자신들만의 공동 거주지에 모여 살아가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고 현실적이다.리틀인디아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활달한 지역 중 하나다. 그리고 여행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구역으로 손꼽힌다. 인도까지 가지 않고서도 싱가포르에서 인도의 문화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므로 매력적인 관광지로 성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리틀인디아에 거주하는 저소득 노동자들의 삶의 방식이 다소 거칠다 하더라도 기층민의 땀냄새가 물씬 풍기고 치열하고 강인한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매우 강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이 지역에는 인도계 노동자들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인도의 종교적인 색채와 문화의 영향이 강해졌다. 때마침 경마장과 우시장이었던 이 지역에서 소의 거래가 점차 감소해지면서 다른 상업활동이 점점 발달됐다. 그리고 힌두교도와 무슬림, 불교도, 기독교도를 위한 다양한 사원들이 생겨났고 현재 이 사원들은 리틀인디아의 관광자원이면서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싱가포르 정부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이 지역에 살던 많은 빈민들을 이주시키고 혼란스러웠던 도시를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랑군로드를 가운데에 두고 좌우로 상업시설을 배치했다. 빈민가가 사라진 곳에 대형 쇼핑센터와 기념품 상점, 식당과 금은방을 만들었고 지역 이름을 리틀인디아로 명명했다. 그리고 도시재생을 위해 잠시 떠났던 인도인들은 1980년대 이후 다시 돌아와 재정착했고 이들을 수용하는 주거지역도 새롭게 만들었다. 리틀인디아는 세랑군로드 좌우에 자리잡은 상점들도 인도의 색채를 가득 담고 있지만 도로에서 벗어나 골목길로 접어들면 인도인들의 자유분방한 문화가 원색적으로 표현된 다양한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맛살라향이 골목길을 메우는 식당가에서는 인도 전역의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고 힌두사원에 바치는 금잔화를 파는 꽃가게도 곳곳에 있다.여행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 중 인도는 단연 으뜸으로 손꼽힌다. 그만큼 인도의 문화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자극적이고 심오하기 때문이다. 그런 인도가 적은 규모이기는 하지만 싱가포르 시가지 한가운데 원형에 가깝게 펼쳐져 있어 싱가포르 관광산업의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잡았다. 싱가포르는 리틀인디아를 1989년에 보존지역으로 지정했다. 더 이상 다른 개발의 여지가 없도록 조치한 것이다. 인도의 색채를 그대로 보존해 싱가포르 국민의 중요한 구성원인 인도계를 보호하고 뚜렷한 개성을 지닌 지역을 관광자원화 하려는 의도였다. 리틀인디아에서 만나는 금세공인, 인도 레스토랑, 커피숍, 사리 상점, 화환과 과자를 파는 가판대와 같은 전통적인 인디언 비즈니스는 계속 번창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펍과 숙소들이 모여 있어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이 머물기에 적당하도록 배려했다. 싱가포르는 이처럼 각 민족의 문화가 살아있는 지역별로 공동체를 만들어 도시를 꾸며놨다. 그래서 각각의 정체성이 도드라지게 포장했고 그것이 싱가포르의 주요 산업 중 하나인 관광산업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흐트러지고 혼잡한 도시를 재생해 누가 봐도 세련되게 꾸민 그들의 장기적인 개발정책은 매우 모범적인 사례로 여겨진다.   ※ 이 콘텐츠는 한수원(주) 월성원자력본부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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