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업무협약(MOU)이 앞 다투어 시행되고 있으나 투자자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도 구속력이 없어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칫하면 업무협약이 생색내기가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MOU는 정식계약 체결에 앞서 행하는 문서로 된 합의서의 약칭이다. 정식계약의 체결에 앞서 당사자 간 사이에 이루어지는 문서로 된 합의를 가리킨다. 지금은 좀 더 포괄적 의미로 쓰인다. 기업 사이에 합의해 작성하는 양해각서는 주로 정식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쌍방의 의견을 미리 조율하고 확인하는 상징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역시 법적 구속력은 없고, 기업을 공시할 때도 자발적 의무 공시사항은 아니지만, 위반했을 경우에는 도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경북도와 지자체들이 투자유치를 위한 MOU 체결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단체장들이 애써온 만큼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9일에도 경북도는 경주시청 대회의실에서 경주시, 한국원자력연구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한국선급, HMM, 장금상선, 에이치라인해운, 우양상선과 '원자력 선박·해양시스템 기술개발 및 인프라 구축'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경우가 다르다. 원자력 선박·해양시스템 기술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및 국가 해운 및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추진돼 기대가 크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원자력은 전기 생산 시 탄소배출이 없어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최적의 에너지원이고 해양, 수소생산 등 그 활용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환동해를 중심으로 글로벌 혁신원자력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경북도가 원자력 르네상스를 주도해 나가겠다"고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원자력의 해양에너지원 활용은 SMR 등 미래원자로의 핵심 개발분야"라며 "이번 업무협약이 기술개발을 위한 마중물이 돼 국가 해운 및 차세대 원전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약으로 9개 기관이 손잡고 개발에 나설 용융염원자로(MSR)는 핵연료를 교체할 필요가 없는데다, 외부 노출 시 자연적으로 고체화되는 특성으로 방사능 누출 우려가 적어 해양선박에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9개 기관은 해양용 소형모듈원자로 개발 및 실증, 원자로-선박·해양시스템 인터페이스 기술개발, 소형모듈원자로 추진 선박·해양시스템 기술개발, 소형모듈원자로 활용 해양그린수소생산 기술개발, 선박·해양-원자력시스템 운영 전문 인력 양성 등 산업 인프라 구축, 관련 인허가 대응 체계 구상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고도의 안전성을 가짐에도 구조가 매우 단순해 소형화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 또한 해양 활용에 적합한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EU, 미국 등 주요국들은 원자력을 활용한 친환경선박 기술개발 및 보급을 위해 다양한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협약은 장래 해운 업계의 명운이 달린 문제를 해결하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대형 선박의 탄소중립 실현은 향후 해운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돼야할 과제이다. 업무협약이 성공은 지치단체와 참여기업이 노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