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이 오고 있다. 겨울이 긴 것은 봄을 맞이 할 기간이다.
입춘은 24절기의 첫째로 대한과 우수사이인 양력 2월 4일 경이라 아직은 겨울 기운이 비치는 계절이다. 봄은 한 해의 네철 가운데 첫째 철(시절)로 겨울과 여름 사이로 계절로는 입춘과 입하 전까지로 3~5월이다.
또한 봄은 희망의 앞날을 비유하고, 인생의 한창때를 가리키기도 한다. 사실상 봄의 시작은 3월이다. 영어로 3월을 마취(March)라고 한다.
이 말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군인(무관) 마르스(Mars)란 이름에서 생긴 것이다. 그러고 보면 3월은 어원 그대로 전투의 달인데, 봄을 평화의 계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로맨틱한 견해인 것 같다. 3월에는 분노가 있다. 겨우내 참고 견딘 굴종과 인내의 끈을 풀고 생을 절규하는 심술이 남아있다.
때 늦은 춘설과 꽃샘추위가 그 사실을 증명하는 것 같다.
많은 예술가들은 3월에는 빛깔이 있다고 한다. 프리즘처럼 가지각색 아름다운 광채를 발산하는 빛깔이 있다. 우울한 회색의 혁명이라 한다.
푸른색, 붉은 색이 있고, 또 노란색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3월에는 소리가 있다고 한다. 침묵 속에서 움터는 소리가 있다. 햇살처럼 번져가는 생명의 소리가 있다. 마른 나뭇가지에 꽃잎을 피우고 망각의 대지에 기억을 소생케 한다.
한 시인의 글에, 복숭아 꽃이 필 무렵/ 봄은 봄 가까이 다가서다/ 봄은 아직 이른 3월/ 우리들은 봄의 속삭임을 들을 것이다.
시인 워즈워스는, 봄철의 숲속에서 솟아나는 힘은 인간에게 도덕상의 악과 선에 대하여 어떠한 현인보다도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봄철의 모든 숭앙은 사랑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 정도전의 '삼봉집'에 봄이란 봄의 출생이며, 여름이란 봄의 성장이며, 가을이란 봄의 성숙이며, 겨울이란 보의 수장(보관)이라 한다.
봄은 어디서나 아름답다. 봄은 소생의 계절, 성장의 계절, 생명이 약동하는 탄생의 계절, 또한 부활의 계절이라고 절규한다.
봄이 온다는 입춘날 아침, 고난의 겨울 속에서 살아온 가난한 백성들, 추위를 견디며 기다리며 참아왔던 시절. 강물이 다시 소리를 내며 흘러가듯이 고난과 불행의 잠에서 깨어 행복의 시절을 고대했던 봄. 꽃은 피어나고, 향기도 피워나는 춤삼월. 하나의 숙명적인 기원이요, 동경이었다.
봄이란 말과 소리가 아름답고, 어감(말의 맛)이 여성스럽고 신비감을 준다.
봄나물, 봄맞이꽃, 봄보리, 봄처녀, 봄비, 봄바람, 봄향기, 봄볕 등 봄이 붙은 말에는 생큼한 맛이 매력을 머금은 말로 봄의 냄새와 더불어 새롭고 신선한 맛을 풍긴다.
봄은 생명의 경이와 신비감을 일으키게 하는 계절이다. 소설가 정비석의 '장미의 계절' 이란 글에, 온 산천과 가로수엔 개나리, 진달래가 줄지어 피고, 울타리 안 과수원에는 살고, 복숭아 꽃이 수줍은 처녀처럼 얼굴을 붉힌다. 만나는 첫 인사가 꽃소식이요, 들판에는 봄향기가 등천을 한다. 입춘날 아침은 대문을 활짝 열고, 봄 맞이에 마음이 먼저 설레인다. 아름다운 풍속에 기분이 뜬다.
서양의 시인 아이네의 '봄'의 글에, 얼음 밑에 흐르는 물결은 반짝이고, 봄은 사랑의 계절, 만홍이 피어나고, 봄향기는 지천을 덮고 있는데… 문학가 셀리는,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다는 그 여유는 미리 장미꽃을 본듯한 간절함이 묻어난다.
문득 애송했던 시구가 떠오른다.
봄이면 내 마음에도 봄이 찾아든다/60이된 지금에도/사랑은 두근거려 내 마음을 새롭게 하여/우리는 결코 늙지 않는다/엄동의 눈살위에/나는 찬란한 계절을 가슴에 안고/남풍이 불어오는 청라의 언덕에서/찾아온 계절의 약속을 가슴에 안고싶다.
봄은 기다림 속에 흩어지는 계절, 복사꽃 내음새가 발갛게 일렁인다.
먼산은 자색으로 변하고, 봄은 기쁨과 황홀의 그 자신이다.
강가의 실버들은 너울거리고, 행화가 발갛게, 하얗게 다투어 피는 계절. 하늘에도 봄 노래가 떠돌고, 비탈길 바위틈에 바알간 진달래 애송이 혼자 곱살스럽게 피어있다. 봄은 정녕 계절을 제촉하는 듯 조용히 졸고 있다. 송이송이 봄볕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