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행상을 받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가족과 아내 모두가 함께 노력했으니까요."경주시 건천읍의 이대웅(57) 씨는 어버이날을 앞둔 지난 4일 영천 생활체육관에서 열린 제51회 경북도 어버이날 기념행사에서 경북도지사 효행상을 수상했다. 경주시는 25년 간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님을 보필하는 등 효행이 지극하다며 이 씨를 효행자로 추천한 바 있다.이 씨는 청각장애인 부모님 사이에서 삼남일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효행상은 자신에게 좋은 이미지는 아니라고 담담하게 말했다.이 씨는 "학교에 부모님이 청각장애인인 것을 밝히면 항상 나에게 효행상을 줬다"며 "지금이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지만, 당시에는 아니었다"며 "내가 효도를 해서, 진심으로 부모님을 잘 모셔서가 아니라 내가 청각장애인 부모를 뒀기 때문에 상을 준다는 느낌이 더 컸다"고 말했다.이 씨는 청각장애 부모를 둔 자녀를 향한 동정과 거리낌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시선에도 꿋꿋하게 학업에 정진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씨는 건국대학교 행정학과에 진학했다. 여기에는 큰 누나인 이미애(60) 씨의 헌신이 있었다.이미애 씨는 집안에서 궂은 일을 도맡으며 초등학교 졸업 이후 돈을 벌었다. 동생들의 성공을 위해 묵묵히 뒷바라지를 하는 동시에 부모님도 돌봐야했다.대학 졸업 후 포항에서 직장생활을 이어오던 이 씨는 1997년 IMF가 들이닥치자 직장을 그만두고 건천읍으로 돌아와 양송이 버섯 농사를 하며 정착하게 됐다. 부모를 모시기 위한 결정이었다.이 씨는 아내 김은숙(55) 씨에게 미안하면서 고맙다고 했다. 이 씨가 낮 시간 동안 버섯 농사를 위해 집을 비우면 부모를 돌보는 일은 김 씨의 일이었다.이 씨는 "부모님도 성인이시니까 기본적으로는 본인 할 일을 다 하신다"면서도 "귀가 들리지 않다보니 발생하는 몇 가지 일이 있다. 수돗물을 켰다가 까먹으시면 눈으로 볼 때까지 계속 수돗물을 켜놓고 계신다. 소리가 들리지 않으시니까"라고 설명했다.부모님과의 대화도 쉽지 않았다. 수화를 배우지 못한 부모와의 대화는 아주 기초적인 단계에서 이뤄졌다.이 씨는 "우리는 가족이니까 마땅히 해야하는 효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내는 그런 것이 아니니까, 아내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내가 받은 효행상은 함께한 가족, 그리고 제 사랑하는 아내를 대표해서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실제로 이 씨는 아내 김은숙 씨와 이날 함께 시상식에 참석했다. 큰 누나인 이미애 씨는 일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이 씨를 효행상 대상자로 추천한 이동수 건천읍장은 "효행상 하나로 이 씨의 25년을 어떻게 다 가늠되겠냐"면서도 "이 씨의 효행이 널리 알려져 사회의 귀감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추천하게 됐다"고 했다.이 씨는 "이번 효행상을 계기로 제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양송이버섯 농사에 종사하며 모친을 모실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