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산 자락에 자리잡은 구운초등학교는 1943년 고아동부공립초등학교로 개교해 올해로 개교 80주년을 맞는 구미시에서 역사가 깊은 학교로 통한다. 올해까지 4489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구운초등학교는 구미시 고아읍 송림리와 괴평1·2리를 끼고 있다. 매봉산과 9개의 봉우리로 둘러싸인 포근한 환경의 이 학교는 현재 64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구운초등학교는 2021년 작은학교 자유학구제 사업 대상학교로 지정되면서 해마다 유입학생 수가 늘어나고 있다. 지정된 해인 2021년에는 9명이, 지난해는 10명이, 올해는 5명이 외부학구에서 전학하거나 입학했다. 실제로 현재에도 전국에서 문의 전화를 자주 받을 만큼 성공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학교다.
구운초등학교는 2020년부터 1수업 2교사제를 도입하고 있다. 1대1 맞춤수업을 진행함과 동시에 기초학력이 필요한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협력강사를 초빙해 빈틈없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만큼 재학생과 학부모에게 만족도가 높은 교육 펴고 있는 것이다.
구운초등학교는 적극적이고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펼치면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드론동아리의 경우 지난해 공군참모총장배 드론축구대회에 참가해 1등부터 8등까지 모두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또 마음챙김 명상동아리를 운영해 재학생들의 인성과 정서 함양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에코그린 리더로 성장하도록 다양한 생태전환교육도 마련했다. 탄소중립 실천운동으로 전교생들이 ‘빅워크’라는 앱을 통해 걸음기부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걷기운동에 동참하고 이를 통해 기부도 하는 사회활동을 경험하게 된다. 환경보호 활동으로 플로깅 봉사를 수시로 펼친다. 구운 텃밭을 조성해 자연환경에 대한 감수성도 높이고 있다. 텃밭에서 가꾼 상추를 따서 전교생이 불고기 파티도 벌인다.
사제동행 행복 힐링교실도 마련하고 있다. 명상을 통해 자기 성장을 이루고 소통을 통해 전교생 화합을 유도하고 있다. 명상은 셀프 카운셀링의 효과를 얻는다. 스스로 감정과 분노를 조절해 인간관계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게 했다. 힐링교실을 통해 마음이 아픈 학생들은 치유의 경험도 얻게 했다. 요리체험으로 일상의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활동도 한다.
전교생이 참가하는 동시집도 매년 발간한다. 비록 서툰 솜씨지만 동시를 직접 창작하고 거기에 시의 내용에 어울리는 시화도 그리게 한 뒤 ‘작은 시인들의 합창’이라는 문집을 만들었다. 또 아침 시낭송, 이달의 시암송, 시화 전시회 등을 통해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다. 이 활동은 ‘시 울림학교’ 공모사업에 선정돼 운영된다.
구운초등학교는 올해 처음으로 마사회의 지원을 받아 학교체육 승마수업 시범학교로 지정됐다. ‘말(horse)에게 말을 걸다’라는 주제로 체육시간에 구미승마장으로 향한다. 이 수업은 전교생이 참가한다. 전문가의 강습을 통해 학생 1인당 연 10회의 승마체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동물과 함께 건강해지는 승마를 통해 생태환경을 살피고 자연스럽게 심리적, 정서적 회복을 꾀한다. 또 승마라는 취미활동으로 일상 속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구강건강 관리학교로도 지정됐다. 매우 월요일 치과의사와 치위생사가 학교에 마련된 구강보건실을 방문해 치아 홈메우기, 볼소도포, 충치치료, 유치 발치 등의 치료를 받도록 했다.
구운초등학교 신정순 교장은 지난해 9월 이 학교에 부임했다. 신 교장은 “놀이, 쉼, 배움이 있는 작지만 강한 학교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놀면서 인성을 갖추고 빈틈없는 배움도 얻으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신 교장은 “학생들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신뢰가 쌓여야 좋은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설화를 연구했다. 전래동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 아이들에게 우리 민족의 정신적 가치를 전하는데에도 노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우리 토종 나무들 가운데 28개 나무를 학교에 심어 가꾸는 작업을 했다. 학생들은 그 나무를 가꾸면서 나무에 얽힌 이야기와 생명의 존귀함을 실감하게 된다.
구운초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김관용 전 경상북도지사가 있다. 김 전 지사는 “모교를 생각할 때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고 강과 산이 어우러진 자연환경이 수려한 학교에서 정서 함양과 인격을 키웠다”며 “10리가 넘는 길을 걸어 학교를 오가며 체력단련도 했고 긴 등하교 시간에 걸으면서 생각이 깊어지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김 전 지사는 또 “자녀를 데리고 모교를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며 “어린 시절 모든 추억이 모여 있는 학교를 자랑스럽게 설명했고 늘 마음 한가운데 구운초등학교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진 학생회장(6학년)은 “다른 학교와 달리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교실수업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갖춰야 할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다”며 “전교생들이 친형제처럼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