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농축산물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두 가지가 있다. 바로 한우와 체리다. 한때 경주는 한우농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도시였지만 상주시에 그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한우의 육질은 아직도 경주가 가장 좋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경주의 한우 브랜드인 천년한우는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호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체리도 경주의 상품이 가장 우수하다. 건천읍 화천리에 집중된 체리농가는 약 100여 농가가 모여있고 체리연구회라는 작목반도 형성돼 있다.품질 좋은 경주 체리를 와인으로 만들 생각을 하고 실행해 옮긴 이가 있다. 경주시 감포읍 노동리 농업회사법인 경주체리와인의 김영도(72) 대표다. 그는 2000년부터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포도와 오가피로 증류주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서울에서 1년, 영천에서 3년간 와인과정을 공부했다. 또 경북농민사관학교에서 와인과정 1년, 전통주과정 1년을 더 공부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만든 와인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싶어 소믈리에 자격증도 획득했다.
2013년 김 대표가 만들어 놓은 노곡산방에 손님이 방문했다. 경주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이었다. 그는 경주의 우수한 체리를 활용해 와인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고 김 대표는 흔쾌히 수락했다. 6차산업으로 경주의 체리를 새로운 상품으로 개발하겠다는 기관의 의지와 김 대표의 열정은 궁합이 맞은 것이다. 그때 농업진흥청의 사업으로 지정돼 와인 공장을 짓는 예산과 장비 도입에 지원을 받았다. 그래서 체리와인 제조 특허는 경북농업기술원이 가지고 있고 그 특허를 경주체리연구회에 이양해 김 대표가 와인을 생산한다.
경주의 체리는 다른 지역의 체리와 다르다. 신품종이 아니라 구품종이라는 것이다. 구품종은 알이 작지만 과즙이 새콤달콤해 와인으로 만들기에 적합하다. 그러나 경주 체리 나무의 수령이 40~50년 돼 새로운 품종으로 개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체리는 식이섬유와 비타민 C를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칼슘과 칼륨, 철분 등의 미네랄이 들어 있다. 담콤한 체리가 맛이 좋지만 신맛이 도는 체리는 비타민 A의 함량이 훨씬 높다고 알려져 있다. 체리를 꾸준히 먹으면 관절염 등의 염증과 통증이 많이 완화되는 것으로 전해지며 멜라토닌이 들어 있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이밖에도 항산화 물질이 많아 노화를 억제하고 철분이 많아 임산부와 여성에게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김 대표는 체리와인은 다른 와인보다 제조 방법이 어렵다고 한다. 처음에는 실패율도 높았다. 체리의 과즙은 40%에 불과하다. 포도의 80%에 비한다면 턱없이 적은 편이다. 여기에 체리는 생산지 단가가 포도의 5배 정도 비싸다. 인건비도 과도하게 들어간다. 체리의 꼭지를 따는 인부 4명이 일을 해도 하루에 200㎏을 넘기지 못한다. 생산된 와인의 단가는 다른 와인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조절해야 한다. 결국 채산성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연간 1.5~2톤 정도의 체리로 2000여 병의 체리와인을 생산한다. 10년 동안 어려운 환경 속에서 체리와인을 생산해 온 김 대표는 정부의 지원으로 시작한 일이어서 사명감을 가지고 이 일을 이어간다고 했다. 지금까지 경주 체리와인의 명맥을 이어왔는데 여기서 중단하면 맥이 끊긴다는 절박함도 있다. 김 대표의 체리와인 대를 이어갈 후계자가 없지는 않다. 젊은 농부 한 사람이 체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현재 체리빵을 만들고 있는데 와인 제조법을 전수해 맥을 이어갈 길을 찾기 위해 의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체리와인은 포도주에 비해 깊은 맛이 미진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냉정한 판단이다. 포도주는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지만 고작 10년의 나이를 먹은 체리와인이 그 맛을 따라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체리를 이용해 와인을 만들고 이것을 산업화 한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또 대중화를 위해 탄산이 들어가는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면 일반인도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 될 수 있고 수익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김영도 대표는 “경주 체리와인의 이름은 ‘아띠아또’로 순 우리말로 ‘친구의 선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며 “체리와인에 지속적인 연구 개발로 수준 높은 상품을 생산하고 경주의 특산물인 체리를 6차산업화 하는데 앞장서 나가는 것이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