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각박한 회색 공간에서 벗어나 농촌의 초록 공간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 이들에게 농업(Agriculture)과 치유(Healing)가 합쳐진 복합적 개념인 ‘애그로 힐링(Agro-healing)’이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의 농업 선진국에서는 그린 케어(green care), 케어 파밍(care farming)으로 불리며 치유를 제공하는 농업의 활용이 각광 받는 추세다.우리나라에서는 힐링 농촌의 낭만적인 삶을 기대한 귀농‧귀촌인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 귀농, 귀촌 장려 정책으로 사람들의 관심은 늘어나고 있으나 교육‧의료‧문화 등 생활 인프라 부족은 농촌행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 농촌진흥청이 20년간(2000~2020) 농촌지역 인구 유형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읍·면 1412개 중 1002곳의 인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 인구의 지속적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농촌은 ‘지역 소멸’이라는 벼랑 끝으로 몰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농촌 지역은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심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와 체계적인 농촌 공간 계획이 부재한 탓에 무질서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각종 농촌개발 사업의 중장기적 계획과 달리 점적‧단편적 투자로 인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그 효과는 미미했다. 이제는 농촌공간 전반에 대한 관리체계를 새롭게 구축하지 않는다면 농촌의 소멸 위기 극복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부터 농촌 주거지 인근 유해시설의 철거‧이전‧정비를 지원하는 농촌공간정비사업을 추진해 살기 좋은 농촌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또 농촌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을 제정해 농촌공간계획의 정책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촌 공간의 체계적‧효율적 이용을 위한 구획화(Zoning), 지역 여건을 반영해 주민 스스로 주도하는 상향식(bottom-up) 방식, 농촌협약을 통한 농촌공간 기능 재생 통합지원 체계 구축이라는 주요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농촌지역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는 2021년 시범지구로 선정된 상주시 덕산지구 농촌공간정비사업(140억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주거지 인근 유해시설 철거‧이전 및 귀농‧귀촌인 주거단지 조성 등 안정적인 정착을 도우며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으로 조성해 보다 체계적으로 농촌 공간을 관리하고 난개발 예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청송군에서 수탁받은 덕리지구 농촌공간정비사업(105억원)을 추진함으로써 유해시설로 인한 주변 소음, 악취 민원, 환경오염이 상존하고 있는 농촌 공간을 매력적이고 살기좋은 공간으로 조성하고 체계적‧계획적인 정비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 농촌에서도 농업과 치유의 ‘애그로 힐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발전을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사는 인구 감소, 고령화 등으로 소멸 위기에 직면한 우리 농촌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농촌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발걸음에 맞춰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소멸이 아닌 공생의 공간인 농촌에서 청년 및 귀농귀촌인이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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