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군 창수면은 산 좋고 물 맑은 지역이다. 울울창창 산속에 둘러싸인 마을에 동해로 흐르는 송천이 있고 그 물은 푸르고 맑아 마을 이름을 푸를 창(蒼)자를 써서 창수라 지었다. 창수면의 중심 마을은 신기리다. 신기1리는 95세대 148명의 주민이 살고 있고 신기2리는 57세대 86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이 마을 대부분의 주민은 농업에 종사한다. 약 90% 이상이다. 그 외에는 자영업자와 직장인이다. 1970년대 중반 창수면 전체의 인구는 약 7000명에 이를 정도였지만 현재는 약 1400명 정도로 줄었다. 그만큼 이 마을도 이촌향도가 심각한 상황이다.신기리 농민들은 60% 정도가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30년 전 공군 퇴역 장교가 신기리에 정착하면서 과수농업을 시작했다. 그는 작목반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주민들을 과수농업에 뛰어들게 했고 현재에 이르게 됐다. 그 외에는 주로 고추농사를 짓고 있고 2개 농가는 담배를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다. 과거에는 신기리에서 담배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많았다. 수입도 넉넉했고 어촌마을의 어민들보다 경제적으로 넉넉했다.
신기리는 영해면까지 6㎞ 정도 떨어져 있으며 마을의 모자라는 편의시설을 주로 영해면에서 해결한다. 지방도로 918호인 영양창수로가 잘 닦여져 있어 왕래가 전혀 불편하지 않다. 시장도 주로 영해시장을 이용하고 병원도 인근의 영덕아산병원을 이용한다.신기1리는 최근 40억원을 들여 기초생활거점사업을 펼쳤다. 낡은 집들을 정리하고 어수선한 가로환경도 가다듬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도로변의 모습을 산뜻하게 정리했고 주민들의 생활 편의시설도 추가했다. 그래서 다른 시골마을보다 훨씬 정돈된 모습을 갖추게 됐다. 김팔조(85) 신기1리 노인회장은 “신기리가 창수면의 중심마을인 만큼 아름다운 농촌마을의 모습을 갖춰나가기 위해 주민들이 하나가 돼 노력하고 있다”며 “누가 와서 보더라도 편안하고 쾌적한 마을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기2리는 과거 매우 가난한 농촌마을이었다. 주민들은 형제봉에서 땔감을 모아 지게나 소달구지에 실어 영해면에 내다 팔아 일하면서 생계를 이어갔고 한푼한푼 돈을 모아 농토를 사모았다. 이들은 최근 송이재배, 과수, 고추농사로 생활이 매우 안정된 상태다.주민들의 결속력은 어느 마을보다도 탄탄하다. 고추농사를 크게 짓는 농가에서 모종심기를 하기 위해서는 2~3명의 일꾼이 사나흘을 일해야 하지만 주민 20명 정도가 일제히 도와서 500여평의 고추농가 10여 가구의 일을 이틀만에 끝내버린 일이 있다. 그만큼 주민들의 통합과 협동심이 강한 마을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신기리 주민들 중 약 20여 세대가 귀농귀촌 인구다. 박종호(62) 신기2리 이장도 5년 전 신기리로 귀촌했다. 박 이장은 “울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직 후 정착할 곳을 찾기 위해 여러 곳을 나녀봤지만 이 마을이 가장 마음에 들어 주저하지 않고 정착했다”며 “산이 깊고 물이 맑아 자연환경이 워낙 좋았고 영덕읍과 영해면이 멀지 않아 생활에도 전혀 불편하지 않아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귀농귀촌한 주민은 자연스럽게 마을에 스며들었다. 평소 지녔던 기술과 기능을 활용해 마을 발전에 보탰다. 예를 들어 집수리봉사나 밭일 봉사 등을 통해 마을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참여하고 있다.
신기리는 고려 말의 고승 나옹 혜근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적비가 있다. 신기리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영덕군은 지난 2008년 ‘나옹왕사 성역화 사업’을 완공하고 사적비를 세웠다. 나옹선사 또는 나옹왕사로 불리는 혜근은 무학대사의 스승이기도 하며 20세에 출가했고 원나라에서 인도승려 지공의 가르침을 받고 중국 각지를 떠돌며 견문을 넓힌 후 공민왕의 요청으로 귀국해 공민왕과 우왕의 왕사가 됐다. 또 사적비 주변에는 나옹왕사가 출가한 반송 유적지에 정자를 세웠다. 나옹왕사는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라는 선시를 남겼다.
신기리는 젊은 사람이 일할 곳이 없어 인구가 늘어날 요인이 현재로는 크게 없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비어 있는 군부대와 폐교 등을 활용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가 크게 일어나고 있다.최희찬 창수면장은 “창수면이 가진 기존의 자원, 즉 군부대와 폐교 등을 활용해 영덕군의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젊은이들이 정주하면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인구 유입은 물론 마을의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복(55) 신기리 이장은 “문화예술인들이 정착해서 살아가기에는 신기리 만한 마을이 없을 것”이라며 “웹기반의 사업을 하는 젊은이들도 물 좋고 인심 좋은 신기리에 정착해서 살아가는데 전혀 불편이 없도록 주민들이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