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군 8개 면 가운데 가장 오지에 속하는 지역은 주왕산면이다. 태백산맥은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을 지나 암봉과 기암절벽으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주왕산을 만들었다. 주왕산면은 조선8경 가운데 6경으로 꼽힐만큼 지형경관이 빼어난 주왕산을 끼고 있지만 인근의 의성군과 영덕군, 영양군으로 가는 길이 멀고 험해 예로부터 첩첩산중으로 여겨졌다. 심지어 이 지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오지 수당을 받을 정도다.주왕산면의 주산지리는 주왕산 연봉에서 뻗어나온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주산지를 품고 있는 마을이다. 주산지리의 이름만으로 보자면 청송군을 대표하는 자연유산인 주왕산과 주산지를 다 포함하고 있어 명분상으로는 청송군의 가장 중심된 마을인 셈이다.
하지만 주산지리는 ‘육지 속의 섬’이라는 말을 듣는다. 사방이 산으로 가로막혀 인근 지역으로 오가기 위해서는 모두 험준한 고개를 넘어야 한다. 주산지리에서 청송읍까지는 약 30분이 소요되고 영덕까지는 1시간이 걸린다. 고령자들은 주로 청송의료원을 이용하며 더 큰 병원인 안동의료원까지는 40~50분 걸린다.주산지리는 190세대 309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주민들 가운데 80%는 농업인구며 나머지는 주왕산과 주산지를 찾는 관광객을 상대로 한 상업과 숙박업을 하고 있다. 1970년대에는 농사가 잘되는 마을이어서 약 300세대, 1500여명의 주민들이 살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농민들이 고령화돼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사과와 벼, 고추를 주로 재배하고 있다. 청송사과의 대표 산지가 바로 주산지리다. 산간지역이기 때문에 일교차가 크고 토양이 사과를 재배하는 데 최적화 돼 있어 브릭스가 16까지 나올 정도로 당도가 높다. 브릭스 13~14 정도만 돼도 당도가 높다고 하는데 16까지 나오니 소위 ‘꿀사과’라는 말이 나올만 하다. 주산지리에서 주로 생산되는 청송사과는 지난 10년간 소비자 브랜드 대상을 연속 수상했다.주산지리의 사과 재배기술은 다른 지역보다 약 10년은 앞서 있다. 20년 전부터 과수원 땅속에 유공관을 묻어 배수가 잘되도록 했다. 또 사과 농사짓는 주산지리의 농민들은 대부분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사과대학을 수료했다. 그만큼 전문적으로 사과를 재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산지를 찾는 관광객을 위한 농가민박은 6곳이 있다. 또 청송군에서 운영하는 주산지산촌생태마을도 있다. 이곳에서 주산지까지는 걸어서 2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으며 절골계곡을 통해 주왕산까지 닿을 수도 있다. 주왕산과 주산지가 만들어 놓은 천혜의 자연을 누리는데 이만큼 좋은 환경이 없을 정도로 청정하고 아름답다.
주산지리의 새매마을은 안동임씨 집성촌이다. 주민의 절반 이상이 안동임씨다. 이곳에는 안동임씨 입향조인 갈전공을 모신 재실인 갈전당과 영모정이 있다. 주산지로 향하는 길목에 서 있는 이 재실은 주산지리의 역사와 함께 하는 중요한 유산이다. 갈전공은 임진왜란 때 이 곳에 피난와 정착했고 척박한 땅을 일궈 배나무를 심고 기름진 땅으로 만들었다. 이 마을의 이름이 주산지리로 바뀌기 전에는 이전리라 불리었는데 바로 갈전공이 심었던 배나무가 많은 마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후손들은 갈전공을 위해 영모전과 갈전당을 세웠다.
주산지로 가는 길목에서 북쪽 주왕산쪽으로 길을 잡으면 절골계곡이 나온다. 이곳에서 주왕산까지는 약 5㎞ 정도다. 절골계곡 입구에서 계곡을 끼고 주왕산까지 걸으면 아름다운 경치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절골계곡은 인공시설물을 최소화한 친환경적 탐방로로 관광객들은 여울을 따라 놓인 징검다리를 이용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은 옛날 운수암이라는 절이 있어 절골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며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주산지리의 가장 큰 보물은 당연히 주산지다. 주산지는 1721년 10월 경종 원년에 준공한 인공호수다. 이 저수지의 물로 주민들은 농사를 지었다. 주산지는 아무리 극심한 가뭄이 들어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한다. 주민들은 매년 봄 손없는 날을 받아서 호수 주변을 정리하고 제사를 올린다.
주산지에는 150년 이상 된 능수버들과 왕버들, 떡버들 등 30여 그루가 호수를 감싸고 있어 장관을 이룬다. 주산지는 새벽녘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주산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새벽의 주산지를 많이 찾는다. 또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이기도 하다.주산지리 임윤기(69) 이장은 “주민들은 청송사과의 주산지에서 열심히 더 좋은 품질의 사과를 생산하는데 노력하고 있다”며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산지를 더욱 다양하게 상품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이장은 “주산지에 둘레길을 조성하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세트장을 복원한다면 더 많은 관광객들이 주산지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주산지는 마을 재산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개발을 원하지만 환경부에서는 국립공원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습하다”고 밝혔다.정찬용 주왕산면장은 “경상북도에서 가장 오지로 꼽히는 주산지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송사과와 주산지로 보석같은 존재”라며 “주산지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전국에 널리 알리고 주민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데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