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오전 경주 지역을 관통하며 쏟아 내린 폭우로 노후 저수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수백명이 긴급 대피했다. 특히 태풍 상륙 당시 지역 내 노후 저수지 20곳이 만수위(저수율 100%)에 달하거나 임박하면서 월류와 붕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경주시 등에 따르면, 9일 오전 0시부터 10일 오후 1시 현재까지 내린 강우량은 평균 190.4mm로 집계되고 있다.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곳은 산내면 342mm, 덕동댐 271mm, 외동읍 262mm, 불국동 226mm, 내남면 209mm, 천북면 208mm, 건천읍 203mm 순으로 파악됐다.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에 이어 올해에도 노후 저수지 범람 위험으로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경주시는 이날 오전 8시 12분께 산내면 대현리 심원지 만수 위험으로 소태마을 20가구, 심천마을 50가구 등을 대피시켰다. 또 오전 8시 24분 암곡동 하천의 둑 유실이 우려된다며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고, 오전 10시께는 강동면 왕신저수지·건천읍 송선리 송선저수지·보덕동 하동저수지 등 3개 저수지가 만수위가 임박해지자 월류 위험이 있다며 하류 주민을 인근 행정복지센터로 피신토록 했다. 이날 대피한 주민들은 총 561세대 783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태풍으로 지역 17곳의 저수지가 만수위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저수지에는 자동수위 측정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저수지가 만수위에 달한 것으로 예상된다.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0일 한국농어촌공사 경주지사에서 관리하고 있는 저수지 중 자동수위 측정장치 76곳의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81.4%로 집계됐다. 전날인 66.6%보다 14.8%p(포인트) 상승한 수치다.이 중 만수위(저수율 100%)에 달한 저수지는 ▲대곡저수지 ▲대현저수지 ▲동산저수지 ▲물천저수지 ▲박달저수지 ▲방내저수지 ▲부흥저수지 ▲북군저수지 ▲사라저수지 ▲성지저수지 ▲심원저수지 ▲애미저수지 ▲운대저수지 ▲중방저수지 ▲하동저수지 ▲홈곡저수지 ▲화산저수지 등 17곳이다.게다가 저수량이 1000㎥를 넘는 ▲덕동댐(77.8%) ▲보문댐(69.9%) ▲명계저수지(76.8%) ▲송선저수지(97.5%) ▲심곡저수지(82.1%) ▲옥산저수지(77.8%) ▲왕신저수지(95.2%) ▲용곡저수지(88.9%) ▲하곡저수지(91.9%) ▲화곡저수지(81.9%) ▲화산곡저수지(81.2%) 등의 저수지들 또한 대부분 70%의 저수율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건설한지 50년 이상 된 노후 저수지들은 제대로 된 취수시설이 없어 수위 조절이 어렵고 자칫 붕괴 위험으로까지 커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조치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농업용 저수지는 56곳이 건설한지 50년 이상 된 노후 저수지이다. 설계기준은 1982년 이전은 100년 빈도로, 1983년 이후는 200년 빈도로, 2002년부터 현재까지는 PMF(가능최대홍수량) 적용검토 등 최대 홍수량을 계산해 지어졌다.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강우(태풍, 집중호우)는 노후 저수지의 홍수방어 능력을 초과하고 있다.앞서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가 강타할 당시에도 권이저수지, 왕신저수지의 둑 일부가 붕괴되면서 하류 지역 주민 1800여 명이 긴급대피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송선저수지 범람으로 인근 900세대 주민 1800명, 하동저수지 인근 497세대 주민 1113명이 긴급 대피했다.이처럼, 해마다 인근 주민들은 태풍이나 집중호우 때 저수지 붕괴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현재 노후화 된 대부분의 저수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담당하는 저수지들로, 경주시 차원에서 해결책을 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한국농어촌공사와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저수지 시설 개선을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어촌공사는 D·E등급 등 위험도가 높은 시설은 우선적으로 개보수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정된 시설물 보수 재원 대비 노후 저수지가 너무 많아 예산이 부족한 실정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우선 제체(제방 또는 댐의 본체) 붕괴시 하류부 피해가 큰 저수량 100만톤 이상 저수지 부터라도 보수보강사업을 대대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기설저수지에 비상방류시설을 설치하고 홍수시에는 월류에 대비하고, 누수시에는 신속한 균열보수가 가능토록 사전방류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