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 와촌면 대한리는 경산시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오지마을이었다. 팔공산 자락에 묻힌 이 마을의 주민들은 1970년대까지 벼농사를 지으며 살았고 팔공산의 송이를 채취해 농가수익을 올렸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과수농사로 전환해 경산시의 대표 작물인 자두 농사를 시작했고 더러는 복숭아 농사를 짓기도 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부터 팔공산 갓바위의 석조여래좌상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기도객과 관광객이 몰리자 주민들은 농사를 버리고 하나 둘 식당과 상점을 열기 시작했다. 현재 141세대 251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대한리는 30 가구 정도가 아직 자두와 복숭아를 재배하는 농민이고 나머지는 직장생활을 하거나 상업에 종사하고 있다.경산 와촌면은 토양이 자두를 재배하기에 적합하고 일교차가 심해 품질이 높기로 유명하다. 생산량으로 따지자면 김천시의 자두 생산량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지만 품질은 월등히 앞선다는 평가가 많다. 와촌면에서는 연간 1500여톤의 자두를 생산하고 약 80억원의 수입을 올린다.
갓바위 덕분에 주민들의 생업이 상업으로 바뀌면서 소득이 높아졌다. 대한리에는 현재 26개의 식당, 6개의 카페가 영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선본사와 원효암 등 사찰이 10개 이상이고 굿당도 5개 있다. 대한리가 상업화되면서 인구는 늘어났다. 늘어난 인구의 대부분은 외지에서 유입됐다. 현재 인구 중 약 60~70%가 외지인이다. 그 덕에 대한리는 빈집이 없는 농촌이 됐고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앞으로 인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대한리의 가장 큰 자원은 역시 갓바위다.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이 정식 명칭이며 대중적으로 팔공산 갓바위로 불린다. 불상의 머리 위에 얹힌 넓적한 바위가 마치 갓처럼 보인다고 해서 갓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갓바위의 석조여래좌상은 경주 석굴암의 본존불상처럼 후덕하고 무뚝뚝한 이미지지만 이 불상에게 공을 들이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고 믿는다. 갓모양의 바위는 원래 8각형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훼손돼 현재의 모양이 됐다. 갓바위에는 전국에서 소원을 빌기 위해 무수하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특히 수능을 앞둔 9월부터 기도객들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갓바위는 인근의 선본사의 부처다. 선본사는 팔공산의 대표 사찰이고 영천 은해사의 말사다. 신라 소지왕 3년에 극달화상이 창건했고 선덕여왕 7년에 의현 스님이 팔공산 관봉에 갓바위 석조여래좌상을 조성했다고 전한다. 또 한 곳의 유명한 사찰은 원효암이다. 기도도량인 원효암은 문무왕 8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대한리에는 최근 또 하나의 호재가 생겼다. 팔공산의 국립공원 승격이다. 지난 5월 환경부는 ‘팔공산국립공원 지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전국에서 23번째로 국립공원이 된 것이다. 1980년 5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43년만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된다. 팔공산은 자연생태계와 자연경관, 문화경관 측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붉은박쥐·매·수달 등 멸종위기종 15종을 포함해 야생생물 5296종이 서식하고 있다. 산봉 39곳과 기암 10곳, 계곡 19곳 등 자연경관자원도 77곳 분포해 있다. 특히 국가지정문화재 30점, 지방지정문화재 61점, 등록문화재 1점 등 문화자원 92점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내년 1월1일부터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 보전 가치와 이용 가치가 상승함으로써 2479억원의 경제적 가치가 발생할 것으로 평가된다. 환경부는 팔공산을 찾는 탐방객은 358만명에서 458만명으로 28%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치활(62) 대한리 이장은 “팔공산이 도립공원일 때는 예산 투입은 거의 없고 규제만 강화래 주민과의 마찰이 잦았는데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 국비가 대폭 투입돼 지역에 맞는 시설과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박 이장은 “가장 먼저 9월부터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인근 1㎞의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할 정도로 현재 500면 정도의 주차장이 턱없이 모자라 1000면 이상으로 늘여줄 것을 요구했다”며 “이밖에도 늘어나는 관광수요를 대비해 머물면서 체험하는 관광 콘텐츠를 대폭 늘리고 교통약자를 위해 모노레일과 친환경 전기차를 도입해 갓바위까지의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갓바위를 사랑하는 모임의 정영웅(70) 회장은 “주민의 소득증대를 위해서는 관광객 유입이 우선돼야 한다”며 “대한리 입구에서 선본사에 이르는 약 5㎞의 둘레길인 소원성취길을 더욱 보강하고 부대시설을 확보해 대한리의 관광자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호 와촌면 부면장은 “경산시에서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역인 대한리의 발전을 위해 갓바위로 가는 길에 약 5000평 정도의 꽃동산을 조성해 경관단지를 만들었다”며 “앞으로 시비를 더욱 확보해 경관을 관리하고 개선해 더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도록 하는데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