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일본 구마모토(熊本)대학의 마에다 히로시 교수를 알게 된 것은, 순전히 ‘활성산소와 야채의 힘(活性酸素와 野菜의 力’이라는 책 때문이었다. 이 책의 바탕이 되는 채소는 암 예방에 유효한가에 대한 과학적 근거(evidence)를 제시하는 것이었다. 즉 채소에 대해 말하자면 ‘채소는 암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단언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 분야의 연구는 진전되었다.
 
그렇지만 앞서 20세기에 발전한 영양학은 전쟁 중인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국민의 건강증진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많은 과학기술과 마찬가지로 영양학상의 ‘패러다임’에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식사(영양)와 건강에 대해 생각해보면 여러 딜레마와 역설에 봉착한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3대 영양소의 이야기를 떠나 예를 들어, 비타민의 본래의 정의는, 대부분 체내에서 만들 수 없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미량유기화합물로 고유의 단일화합물에서 만 볼 수 있는 고유기능을 가진 물질로 여겨졌다. 예를 들어 섭취량이 미량이라고 하지만 비타민C도 성인 하루 필요량은 40년 전의 3~4배다 또 지금까지 많은 비타민의 기능이나 효과와 유효성의 관찰 기간은, 비교적 단기간(수개월)이었다.
 
오늘날 암이나 순환기질환을 포함한 생활습관병에 관해서 말하자면, 단일 성분이라기보다는 복합성분의 관여가 중요하고 또 시간 범위도 몇 년 혹은 몇 십년의 결과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반대로 감염병이나 염증 등으로 활성산소 등이 심하게 발생하는 병태에서는 항산화 성분의 소비가 격증하여 정상인의 보통 섭취량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비타민C가 열에 의해 실활(失活) 한다는 실험실의 지견은, 순수한 비타민C의 증류수 용액의 이야기이지, 채소 등에 포함된 다른 항산화 능(能)이 있는 페놀성 화합물의 공존하에서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또 현실 복합성분의 영향은 고려되지 않고, 단순히 생채소 쪽이 삶은 채소 쪽보다 우수하다는 표면적인 지식이 만연돼 있다.
 
이때 생채소의 세포에 많은 성분의 ‘생물학적 이용효능(Bioavailability)’이 어떻게 되는지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또 채소에는 비타민C뿐만 아니라 골다공증이나 간암을 예방하는 비타민K, 고혈압의 소인이 되는 나트륨(Na)에 길항(拮抗) 하는 칼륨(K), 혹은 핵산 대사에 중요한 엽산(葉酸=folic acid=빈혈에 특효성분)과 감염 방어에도 중요한 비타민B2 등도 있다. 혹은 다면적인 작용을 하는 루테인이나 플라보노이드/폴리페놀류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중요하다. 게다가 대부분은 열(熱) 안정성으로 가열에의해 이들 ‘생물학적 이용효능’이 현격히 올라간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여, ‘생채소 신앙’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0157 식중독 재난도 가열했으면 어땠을까. 그 밖의 철분(Fe)의 공죄(功罪), 식용유의 문제점 등도 활성산소와 관련해 중요한 문제다. 철분이나 구리 등 소위 ‘전이금속’은 혹은 육류의 미오글로빈(myoglobin=근육속에 함유된 헤모글로빈), 적혈구의 헤모글로빈(혈색소)은 그 자체가 산화 촉매이며 활성산소의 발생원이다. 과산화지질과 헴이 접촉하면 과산화지질-라디칼(활성산소)이 된다. 이것은 장수명형(長壽命型)의 분자종이며, 또한 DNA와 단백질을 상해한다. 철분 수송단백질 계에 이상이 알려진 실험-쥐에서 혈중 철분 과잉으로 간경변과 간암이 많이 발생한다. 반대로 C형 간염바이러스 캐리어로 만성감염이 있어 간암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 한 달에 한 번 사혈(瀉血)(300ml정도)을 하고, 혈중 철분(헤모글로빈)을 낮추면, 간암 발생위험이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즉 철분의 과잉섭취는 유해하며, 철분의 저(低) 섭취에도 공(功)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생체 내에서 생성하는 라디칼(활성산소)을 소거하는 물질이 본래 식물의 잎이나 종자에 많이 들어있다. 그 종자로부터 식용유를 제조할 때, 그 정제 과정에서 강력한 항-라디칼 물질의 대부분은 소실되어 버린다. 마에다-히로시 교수는 조(粗) 채종유에서 카노롤(Canolol)이라는 지질 라디칼 억제 물질을 발견했는데 이를 쥐의 먹이에 0.1% 첨가하여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ylori)균의 만성간염 쥐에서 위궤양과 위암이 65%나 억제되었다. 그런 항산화나 항염증 작용을 하는 물질이 채소, 커피, 차, 콩류에도 많이 함유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