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남선면은 안동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남쪽에 위치해 있다. 시내까지는 불과 10㎞의 거리에 자동차로 20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주민들은 대부분 시내권의 편의시설을 이용한다. 하지만 중심지와 지척에 있으면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분류돼 앞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 발전해야 할 요인이 존재한다.
남선면의 중심마을인 구미리는 115세대 219명의 주민이 살아간다. 이 마을의 주민들은 거의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벼농사를 짓는 농가도 있지만 주로 고추나 깨, 콩 등의 특수작물을 재배한다. 이마저 거의 자급자족하는 수준이며 농가에서 소비하고 남은 작물은 농협에서 수매하거나 시장에 나가서 직접 판매해 가용에 보태 쓴다.
30~40년 전에는 구미리에서도 약 150가구에 600~700명의 주민이 살아 제법 큰 마을에 속했다. 안동 시내권이 점차 발전하고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젊은이들은 직장을 찾아 떠나고 지금은 50대 이상이 주민의 80%에 이를 정도다.과거 구미리의 주민들은 인근 산에서 땔감을 마련해 짊어지고 안동시장에 내다 팔았다. 또 콩과 작물을 함께 내다 팔아 고기와 반찬거리, 공산품을 사서 돌아왔다. 그만큼 구미리 주민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지금도 부농이라고 일컬을만한 농가가 거의 없는 상태고 주민들이 수려한 자연경관과 고요한 분위기에 안겨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최근 들어 구미리에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귀촌 인구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15가구의 귀촌인이 구미리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고 정착했다. 이들은 퇴직 후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집을 마련하고 텃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사람이거나 시내에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도 있다.구미리가 귀촌 인구들에게 각광을 받는 이유는 경관이 수려하고 주민들의 인심이 후할 뿐만 아니라 아직도 다른 지역에 비해 땅값이 싸기 때문이다. 안동시내와 매우 가깝기 때문에 문화, 의료시설을 이용하는데 큰 불편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주민들은 도시인들이 구미리에 정착하는데 전원주택과 텃밭을 조성해 생활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마을이라고 말하고 있다.
권경호(82) 구미리 노인회장은 구미리와 남선면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안동시내와 구미리를 잇는 터널을 개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미리의 오리골에서 정하동을 잇는 약 2㎞의 터널을 뚫는다면 안동시민은 물론 외지인들의 왕래가 매우 편리해질 것”이라며 “지금의 우회도로는 매우 위험해 어려움이 많은데 터널이 만들어지면 구미리와 남선면이 발전하는 가장 큰 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미리의 관광인프라 조성도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구미리 인근의 갈라산 등산로가 있어 이를 이용하는 등산인들을 수용할 시설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갈라산은 안동시에서 봉정사를 품은 천등산과 안동호를 내려다보는 애기산과 더불어 등산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산으로 알려져 있다. 등산길이 완만하고 주변 봉우리와 연계한 산세가 수려해 각광을 받는다. 한때 이 산의 등산로를 이용하기 위해 매일 200대 가량의 차량이 드나들었지만 지금은 이들을 수용할만한 마땅한 주차장이나 식당 등이 부족해 차츰차츰 발길이 끊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구미리 인근 신서리에 남선농공단지와 기초화학 소재를 생산하는 중견기업인 오미아코리아의 안동공장이 있다. 남선농공단지에는 16개의 중소기업이 입주해 있고 오미아코리아도 꽤 큰 규모의 기업이지만 구미리 주민들의 고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이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주민들은 안타까워 하고 있다.
신준환 남선면 부면장은 “구미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주민들의 평화롭고 따뜻한 인심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마을”이라며 “귀농귀촌인들이 더욱 많이 구미리에 정착해 새로운 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반조성을 착실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