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한국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UNESCO 제3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문화유산(World Cultural Heritage)으로 등재를 확정한 ‘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양동’(Historic Villages of Korea : Hahoe and Yangdong)은 조선시대의 대표적 마을유형인 씨족마을의 전형으로 손꼽힌다. 씨족마을은 성씨를 매개로 하는 부계의 혈연집단이 대를 이어 한 곳에 정착해 이뤄진 정주 형태다. 조선 전기 이후 재산과 제사의 장자 상속이 강화되면서 나타나게 된다. 하나 혹은 두 성씨의 양반이 마을주민의 다수를 차지하면서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가진다. 벼농사가 경제적인 기반이다. 이 두 마을은 조선 전기 씨족마을 형성기의 두 가지 전형을 각각 대표한다. 하회는 주변지역으로부터 새로운 정주지를 찾아 이주하면서 정착하게 되는 개척입향의 경우다. 양동은 혼인으로 처가에 들어와 살면서 자리를 잡는 처가입향의 경우다. 하회·양동 마을에서는 입향 이래 학식과 덕망이 높은 인물들이 배출됐다. 특히, 이 두 마을의 입향 초기 선조들은 국가와 유림에서 인정하는 불천위로 추대되었기 때문에 마을의 씨족적 결속이 강화, 현대까지 그 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조선시대에 영남지방을 순찰하거나 여행하는 선비들에게 이 두 마을은 주요 방문지 중 하나였다. 영남에서 손꼽히는 가문으로서 두 마을 문중 간에 빈번하게 혼인도 성사됐다. 마을 내의 노거수는 600여년의 오랜 역사를 증명해준다. 입향기인 15~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건축물들이 남아있다. 17세기 이후 국가에서 편찬한 지리지나 지도에 두 마을의 이름과 옥연정사, 병산서원, 옥산서원 등이 기재된 사실에서 당대에도 이미 이 두 마을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옥 뿐 아니라 서원과 정사, 서당 등 학자를 제사하고 학문을 연마하는 유교관련 시설도 보존돼 있다. 전통적인 제사의례와 공동체적인 결속을 위한 마을 동제 및 공동체놀이(선유줄불놀이, 줄다리기)가 전승돼 온 점도 씨족마을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증거이다. ◇기능·경관적으로 완전성을 유지한 풍수조건 하회·양동마을은 외견상 서로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모두 풍수의 길지에 입지했다. 하회의 경우 물이 마을을 섬처럼 둘러싸는 ‘연화부수형’의 터에 양동의 경우 작은 골짜기가 여럿 나란히 있는 ‘勿(물)’자 형의 형국에 자리 잡고 있다. 하회의 경우 조선시대 유명한 지리지인 ‘택리지’에서 길지로 언급됐다. 두 마을은 모두 ‘조선의 풍수’에 서 ‘삼남의 사대길지’에 포함됐다. 하회·양동마을의 가옥과 건물들은 이와 같은 지형에 잘 조화돼 자연과 일체화된 경관을 이루고 있다. 이것은 지형의 경사에 기대어 집의 자리를 잡고, 집에서 바라보이는 조망점을 풍수의 원칙에 따라 조정한 결과이다. 마을 전체 구성은 ‘농경지-거주지-유보지’로 나타난다. 농경지는 생산공간, 거주지는 생활공간, 유보지는 의식공간이 된다. 경작지와 생활지를 나누는 마을 입구에는 대개 외부세계로부터의 시각적 차폐를 위한 인공의 조림과 지형적 장치가 마련된다. ◇역사적인 건축물 다수 보유 하회·양동마을은 격식이 높은 살림집, 사당, 정자, 정사, 서원, 서당 등 역사적인 건축물들을 다른 마을에서는 보기 드물게 많이 보유하고 있다. 두 마을의 종가인 하회마을의 양진당은 16세기, 양동마을의 서백당은 15세기에 건립됐다. 두 종가는 한국 주거건축 역사상 가장 오래된 예에 속한다. 마을 내의 다른 건축물들도 17세기 이후에 지어진 것들로 수백 년에 걸친 마을의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회마을에는 보물로 지정된 가옥이 2건(양진당, 충효당), 양동마을은 4건(향단, 관가정, 무첨당, 독락당)이다. 민속자료로 지정된 건축물은 하회 9건, 양동 12건이다. 유교건축 중에서 하회의 병산서원과 양동의 옥산서원은 각각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하회·양동마을의 조상은 고려말, 조선초에 각각 입향했다. 이러한 역사는 족보와 문헌자료로 증명된다. 두 마을에는 조선시대의 족보가 남아있으며, 마을의 재산과 관련된 문서나 서신들도 남아있다. 류성룡의 필사 원본인 하회의 ‘징비록(懲毖錄)’은 임진왜란 전후의 상황을 체험적으로 기록한귀중한 역사 자료다. 양동의 ‘통감속편(通鑑續編)’은 금속활자로 인쇄한 매우 이른 시기의 증거로써 인쇄술 연구에 중요한 자료다. 양동의 손씨 가문이 보관하고 있는 ‘손소 영정’(보물 제1216호)은 15세기 말에 그려진 초상화로써 가장 이른 시기에 그려진 인물화다. 이밖에도 개인 사이에 주고받은 간찰과 매매 계약 문서, 관혼상제 관련 문서 등도 잘 보관돼 있다. 무형문화유산도 주목할 만하다. 하회마을의 ‘하회별신굿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 69호)와 이에서 사용하는 ‘하회탈 및 병산탈’(국보 121호)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줄불놀이와 줄다리기 등 민속놀이도 전해진다. 한편, 하회마을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부자가 각각 차례로 방문, 세계 정상급 귀빈 방문 코스로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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