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 평해읍은 관동팔경 중 제1경인 월송정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바다 마을이다. 평해읍과 잇댄 후포면은 울진대게의 집산지며 온정면에는 국내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는 온천의 대명사 백암온천이 자리잡고 있어 한때 울진군의 가장 핵심이었던 지역에서 지금은 관광 중심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또 평해읍에서 백암온천에 이르는 꽃길 30리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평해읍 월송리는 평해읍에서 가장 큰 마을이기도 하고 문화의 중심이기도 하다. 343가구 541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월송리는 울진군에서 가장 넓은 월송 들판을 가지고 있다. 이 들판은 약 140㏊ 정도의 크기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영농을 해왔다. 이 들에서 생산된 쌀은 울진군의 생토미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은 농민들이 대부분 고령화돼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는 단계에 왔다. 그래서 친환경 영농도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월송리의 들판은 올해 경상북도에서 추진하는 ‘들녘 가꾸기 특구사업’에 울진군 대표로 선정됐다. 그동안 수도작에 집중됐던 농업이 이 사업으로 특용작물, 사료작물 재배로 전환되고 2모작 영농이 이뤄지고 있다. 쌀만 생산하던 월송들판에서 콩과 청보리 등 다양한 작물이 재배되는 상황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 사업에는 평해읍의 대농 8개 농가가 모두 참석했다.
이처럼 월송리의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면서 살았지만 지금은 소농으로 전락했고 옛날 농민들은 텃밭 수준의 경작지에서 가용을 위한 농작물을 자급자족하고 있다. 또 평화로운 이 마을에서 인근 지역의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월송리는 또 울진군의 장수마을로 알려져 있다. 70세 이상의 인구가 200명 이상이 될 정도로 건강하게 오래 살기에 좋은 마을이라는 정평이 나 있다.
월송리를 대표하는 얼굴은 월송정이다. 신라시대 화랑들이 울창한 송림에서 달을 즐겼다는 곳에 세워진 정자로 이름도 거기서 유래됐다. 월송정은 관동8경의 하나로 이곳을 찾은 시인과 묵객들이 빼어난 경관에 탄복했다고 한다. 이 정자는 고려시대에 창건됐고 조선 중기 때 중건했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 말에 월송리에 주준했던 해군이 적기 내습의 목표가 된다고 해서 철거했다가 1964년 재일교포로 구성된 금강회가 철근콘크리트로 정자를 새롭게 지었다. 하지만 복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콘크리트로 지어진 정자가 옛 모습을 훼손한다고 해서 1980년에 고려시대 양식으로 지금의 모양을 가진 정자를 복원했다. 월송정에 올라 푸른 동해를 바라보면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 소나무와 바다를 배경으로 솟아오르는 일출의 모습은 관광객들이나 사진작가들이 매우 선호하는 광경이기도 하다.
월송리에는 동해안 지역에 유일하게 해안 사구열이 잘 보전돼 있다. 이 사구는 바닷가 모래가 바람에 실려 내륙으로 이동해 낮은 구릉 모양으로 쌓여서 형성됐다. 또 사구와 사구 사이의 패인 공간에 물이 고여 습지를 이뤄 사구습지라는 매우 희귀한 지형을 만들었다. 국립환경연구원은 평해 해안사구에 대해 지형은 규모면에서 볼 때 중규모에 해당하지만 해안사구열의 형성과 관련한 높은 학술적 가치로 인해 그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했다. 울진군은 이 같은 평해사구를 제대로 보존라기 위해 ‘평해 사구습지 생태공원’으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했다. 구산해수욕장, 월송정 등 빼어난 해안선과 배후습지를 활용한 이 생태공원으로 약 9만6000㎡ 규모로 생태숲, 갈대습지, 생태연못, 전망대, 생태탐방로 등이 조성돼 있다.
월송리의 중요 민속문화는 월송큰줄당기기다. 1940년 초까지 음력 정월 대보름날에 편을 나눠 큰줄을 당기고 승패를 결정하는 놀이다. 새해가 되면 각 가정에서 일정 분량의 짚을 내고, 모은 짚을 마을 공터에 넓게 펴 놓고 짚을 틀어 큰줄을 만들었다. 줄을 만드는 데는 약 1주일이 걸렸고 정월 초순에 제작을 시작해 보름 전에 마칠 수 있었다. 줄당기기의 편은 기본적으로 한 마을에서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구분된다. 줄머리 옆에 간단한 상을 차려 놓고 축원을 하는 줄고사를 지내면서 마을의 평화와 한해 풍년을 빈다. 월송큰줄당기기는 1940년대에 중단됐다가 지금은 울진대게축제와 평해 남대천 단오제에서 축제 행사로 시연되고 있다.
김덕용(71) 월송1리 이장은 “월송리는 평해 문화의 중심지로 평해의 발전을 위해서는 월송리를 제대로 가꾸고 발전시켜야 한다”며 “인근마을에 산재해 있는 문화재를 연계해 문화관광 콘텐츠로 지원한다면 과거 울진의 중심이었던 평해읍과 월송리의 영화가 다시 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백광훈 평해읍 부읍장은 “월송리는 울진군의 정신문화의 중심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며 넓은 들과 청정 동해를 보유한 최고의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울진군에서 더욱 세심한 배려를 통해 월송리가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로 전국에서 찾아오는 마을이 되도록 만드는 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