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군 물야면은 봉화군의 서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영주시 부석면과 강원도 영월군과 경계를 맞대고 있어 경북에서도 북쪽 끝에 있다. 맑고 풍부한 수원으로 논농사가 잘 되고 사과, 인삼, 고추 농사도 잘되는 편이다. 오전리는 물야면에서도 깊은 골짜기에 위치한 마을로 지리적으로는 주실령과 박달령을 통해 북쪽으로 건너가는 길목에 있어서 예로부터 보부상이 교역하는 길목이며 요충지로 잘 알려져 있다.오전리는 198세대 332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9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오전약수터를 중심으로 상업에 종사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주민들은 주로 사과를 재배하고 있으며 고추, 옥수수, 우슬, 오가피 등의 특용작물도 재배하고 있다. 사과 재배 농가는 오전리의 농가소득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약 30가구 정도가 과수원을 운영한다. 오전리의 사과는 지형상 일교차가 커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저장성이 뛰어나 고가에 팔린다. 최근에는 대도시의 소비자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인터넷을 통한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오전리는 오전약수터가 성업을 이루던 1990년대에 인구가 1000명 정도에 이르렀다. 당시 오전초등학교에 100명 이상의 학생이 재학 중이었는데 그때를 정점으로 서서히 인구가 줄어들면서 물야초등학교의 분교장이 됐다가 1997년에 폐교했다.
오전리에는 전국에서 상인들이 모일 정도로 큰 시장이 있었다. 조선시대 보부상이 교역을 하던 지리적 요충지였고 물류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그 명성이 이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워낙 궁벽한 시골이라 트럭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없어 불편을 겪다가 오전면 오록리에 새로운 시장이 생기면서 1966년에 오전시장은 폐장됐다.오전리에서 봉화읍내까지 과거에는 달구지를 끌고 3시간 이상 걸어야 했지만 지금은 도로사정이 좋아져 불과 17㎞의 거리에 있고 자동차로 20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읍내까지의 왕래에는 불편함이 없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큰 시장을 볼 때 읍내까지 가지만 나머지는 물야읍에서 해결한다.
오전리의 경제를 책임지던 곳은 오전약수탕이다. 약수탕은 조선 성종때 보부상에 의해 발견됐고 이곳의 약수는 탄산성분이 많아 혀끝을 쏘는 청량감과 함께 위장병과 피부병에 큰 효험이 있다고 전해져 조선시대에는 청주의 초정약수보다 유명했다. 중종때 풍기군수를 지낸 주세붕은 이 약수에 대해 “마음의 병을 고치는 좋은 스승에 비길 만하다”고 칭송했다는 기록이 있다. 1970년대부터 최성수기를 누렸던 오전약수탕은 13곳의 백숙집에 호황을 누리며 오전리 경제를 이끌었다. 약수탕의 수정식당은 당시 백숙집이라는 단일 업종 중에서는 전국 최고의 매출을 올렸다고 전한다.
오전리에는 옛날 보부상들이 등짐을 지고 다녔던 길이 있다. 청송군에서 시작해 영양군, 봉화군을 기나 강원도 영월군까지 이어진 외씨버선길의 제10구간이 오전리에 있으며 그 구간이 바로 보부상의 길이다. 보부상들은 이 길을 통해 백두대간을 넘었다. 이들은 오전리에서 쌀을 지고 출발해 제물포까지 가면서 팔았고 그 돈으로 제물포에서 소금과 어물을 장만했다. 제물포에서 한강을 거쳐 영월까지 배를 이용해 도착한 다음 제물포에서 구한 물화를 봉화로 내려오면서 마방마다 장을 열고 풀어먹였다.
그러다가 조선 말기 보부상 11명은 오전2리에 정착해 당시 화전민들에게 소작을 줬다. 그들이 정착한 애전마을은 오전댐이 생기면서 수물됐다. 오전댐은 460만톤 정도의 저수량을 가지고 있으며 오전리의들판에 농업용수를 대고 있다. 이 댐을 중심으로 약 4㎞에 이르는 둘레길을 조성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현재 1차 공사가 끝난 상태다. 또 충북 태안에서 경북 울진까지 이어지는 동서트레일의 중심지가 바로 오전리 둘레길이다.
오전리와 가까운 북지리에는 천년고찰 지림사가 있다. 이 절에는 국보 제201호 봉화 북지리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1980년에 국보로 지정된 이 마애불은 자연 암석에 감실을 만들고 그 안에 본존불을 돋을새김한 보기 드문 신라시대 유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불상의 가슴부분과 무릎부분이 파손돼 있고 대좌는 윗부분만 연꽃으로 조각돼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 마애불을 품고 있는 지림사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지은 천년고찰로 한때는 수도하는 승려가 500명이 넘는 큰 절이었다고 전한다.
전용대(61) 오전2리 이장은 “지금은 오전리의 지역상권이 위축돼 있지만 주실령 터널이 개통되면 오전리에서 백두대간수목원을 잇게 돼 관광객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전약수탕이 관광지로서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주민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정승욱 물야면장은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거쳐갔던 길의 중심이었던 오전리는 문화적, 민속학적 가치가 매우 큰 마을로 이를 제대로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일에 힘쓸 방침”이라며 “보부상들이 자신의 토지를 희사한 나눔의 정신을 기리는 다양한 사업을 펼쳐 오전리를 문화마을로 만들고 관광산업과 연계할 수 있도록 봉화군 차원에서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