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 명소인 서면 도리 은행나무 숲 약 6000여 평, 8개 군락지의 은행나무 3000여 그루가 우리의 기억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1970년~1973년까지 4년에 걸쳐 조성된 이 숲은 50년이 넘는 숲으로, 유난히 매끈한 수형과 촘촘하게 식재된 특유의 감성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숲이 입소문을 타자, 다수의 방송과 신문 등 매스컴과 SNS의 영향으로 언젠가부터는 전국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2016년 경주 지진이 나던 해에도 경주시 관광객은 급감했지만, 도리숲을 찾은 관광객은 초만원을 이룰 정도였다고 한다. 현재 숲의 소유자인 김 모 씨는 퇴직 후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십 수년간 은행나무숲을 관리 유지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간 애지중지 정성껏 키우고 관리한 나무들이 한 그루씩 베어질 때 마다 숲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던 소유자의 눈엔 이슬이 맺혔다. 이 숲에서 한 푼 수익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지속적인 경비 지출이 있었으나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꿋꿋하게 숲을 정성으로 관리하며 지금까지 숲을 지켜왔던 것이다.참담한 이 사태의 배경에는, 은행나무 숲 그늘로 인한 작물(마늘 등) 피해와 조망권 제한 사례와 숲 인근 농지에 대한 피해보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민원을 제기한 주민들이 은행나무 처분과 벌목을 요구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에 경주시에서는 피해를 제기한 주민의 농지를 매입해 주차장으로 확대, 관리해 피해민원을 해결하겠다는 약속 등을 했으나 뚜렷한 진척 없이 흐지부지돼 급기야 전체 숲을 벌목하기에 이르렀다.주민 피해 보상 등 민원이 지속적으로 진행됐고 경주시의 지원 약속은 여러 차례 번복됐다고 하니 도저히 개인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022년 3월 1000여 그루를 한 차례 벌목한 것에 이어, 지난 17일 주차장 바로 뒤편의 은행나무 벌목을 시작으로 전체 숲의 나무들이 벌목될 예정이라고 한다.벌목으로 은행나무 명소가 사라지면 이와 연계한 둘레길 사업도 영향을 받게 된다. 시는 은행나무숲과 연계한 서면 심곡지 둘레길 조성 사업을 진행 중으로,  총사업비 55억 원을 들여 길이 2.5km의 저수지 둘레길과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시는 도리 은행나무숲과 연계한 ‘명품 둘레길’을 조성할 예정이라 밝혔지만 은행나무숲이 사라지면 ‘명품 둘레길’ 조성에서 정작 명품이 빠지는 형상이 된다. 
한편 은행나무숲이 조성된 스토리가 감동적인데, 김 씨의 부친이 선조들의 고향인 이곳 도리마을에 마을회관을 기증하고 은행나무숲도 조성했다고 한다. 김 씨는 부친의 유지를 이어, 주민을 계도하면서 이 마을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상생의 손길을 내밀었으나 몰이해와 주민 각자의 이기에 매번 부딪히고 말았다.
  이 숲은 개인 소유의 숲이라 해도 이제는 엄연히 공적인 성격을 띠는, 즉 우리 삶과 문화를 대표하고 특별히 보존·활용할 필요가 있는 문화유산으로 여겨지는 숲으로 자리매김했다. 개인의 자산은 동네의 자산이 되고 이는 곧 경주시의 자산이자 국가의 자산이 된다. 한 개인이 오랜 시간 애써 형성해 사랑받는 자산은 그것이 유형이든, 무형이든 경주시와 국가에 이득이 되므로 더욱 칭찬하고 지원하고 홍보해야 할 일 아닌가. 50년 전 형성된 이 숲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자산이 아니기에 더 이상 경주시와 주민들의 몰이해로 나무들이 잘려 나가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이번 일이 불발로 그친다면 경주시의 손에 꼽히는 큰 오점으로 남는 사례가 될 것이다.숲을 지켜내지 못하는 심한 자괴감과 수년간 마음을 졸이며 경주시의 지원책을 기다렸지만 속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고 숲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의 냉담과 질시로 소유자는 지치고 망연자실했을 것이다.이곳 도리마을에서 시작된 심곡천은 마을 초입에 커다란 심곡지를 이루고 대천이 되었다가 형산강으로 합류한다. 심곡지에서 바라보는 은행나무 숲은 황금색 파노라마를 연출해 눈이 부실 정도였다. 나무들이 잘려 나간 도리마을은 더 이상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못한다. 은행나무 숲이 사라진 이 한적한 시골 마을을 누가 거들떠나 보겠는가. 아름다운 숲은 오랜 시간과 정성 끝에 마침내 장관을 이룬다. 경주 대표 힐링 숲으로, 경주시 관광자원으로 지역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는 이 숲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경주시 차원의 현명한 민원 해결 및 적극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서악동에 사는 한 시민은 “한 개인의 열정과 노력이 경주시와 국가를 바꾸는 초석이 된다는 측면에서 이를 간과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경주시가 이 숲을 매개로, 자원화해서 더욱 풍성한 콘텐츠로 가꿀 수 있었는데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며 탄식했다. 더 이상의 벌목은 주민도, 경주시도, 소유자도 피해를 입는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다. 경주시와 주민, 소유자가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고 현명한 방안을 도출해 아름다운 이 숲을 지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