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언양읍 구수리 산 114번지에 가면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부모 묘소가 있다. 이 묘소는 몇 해 전 도굴사건으로 인해 매스컴에서 시끌벅적했던 바로 그곳이다. 필자와 경주대학교 풍수지리 학회 회원들은 2022년 2학기 수업을 마치고 이 묘소의 풍수입지 분석을 위해 답사를 다녀왔다.    이곳의 산세는 낙동정맥 줄기인 양산시 하북면의 정족산(700m)에서 동북 방향으로 하나의 지맥을 뻗어 울산시 남구의 주산인 문수산(600m)을 일으켰다. 여기서 서북 방향으로 하나의 가지를 뻗어 묘소 뒤 금형체의 현무봉(170m)을 만들고 현무봉에서 다시 남서 방향으로 뻗어 내린 산자락 중턱에 묘소가 있다.    산 아래 멀리서 쳐다보면 금계포란형국의 명당 길지에 묘소가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 현장에 올라보면 제법 경사도가 있는 지점에 축대를 쌓아 당판을 만들고 그곳에 망인을 모셨다. 이러한 곳은 풍수인이라면 누가 보아도 도저히 기가 머무르지 못하고 그냥 흘러가 버리는 장소다. 이곳의 산세를 보면 주변 사신사(북현무, 남주작, 좌청룡, 우백호)들이 모두 높아 일반적으로 혈처가 높은 곳에 위치한다. 지금의 묘소 바로 위쪽을 보면 현무봉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에서 혈증이라 할 수 있는 과협(過峽)을 하고 이어서 당판을 형성한 후 앞쪽에 전순까지 갖춘 멋진 혈장이 하나 있다.    망인께서 살아생전 적덕(積德)이 모자라서였을까 바로 위에 명당 길지를 두고도 그 아래쪽에 누워있으니 풍수 학인으로써 만감이 교차한다. 풍수에서는 ‘심룡삼년(尋龍三年) 점혈십년(點穴十年)’이라 하여 용(龍)을 보는데 삼년 공부요 점혈 하는데는 십년이나 걸린다 하였으니 이 말은 정확한 지점에 시신을 장(葬)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재벌가의 묘소답게 수세의 조건은 아주 좋다. 묘소 좌측 계곡에서 흘러나온 물 들은 혈장 앞을 지나 우측의 태화강에 들어가고 태화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니 혈장을 완전히 감싸준다. 풍수에서는 물이 혈장을 감싸주면서 천천히 흘러나가는 것을 최고로 친다.   울산이란 도시가 낙동정맥의 동쪽에 위치하다 보니 시내를 가로지르는 울산의 젖줄 태화강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른다. 우리나라는 지형적 특성상 북쪽보다는 남쪽이, 동쪽보다는 서쪽이 낮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물줄기가 북에서 남으로, 혹은 동에서 서쪽으로 흐른다. 그러나 이와 반대 방향인 남에서 북으로 또는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지역을 역수국(逆水局)이라 하고 풍수에서는 이러한 지역의 주변을 대 길지로 친다. 역수국의 물은 대체로 유속이 느린 것이 특징이므로 풍수에서는 유속이 느려야 주변에 많은 생기를 공급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풍수 경전 『人子須知』에서는 “수관재물(水管財物)”이라 하여 물은 재물을 관장한다고 하였고, 『錦囊經』에서도 “수과서동 재보무궁(水過西東 財寶無窮)”이라 하여 서쪽으로 들어온 물이 동쪽으로 흘러나가면 재보(財寶)가 무궁할 것이다 하였으니 이러한 수세 조건이야말로 울산시 전체를 부유한 도시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풍수가에서도 울산은 재물이 풍부한 도시로 평가하고 있고 실제 광역도시 중 재정자립도 면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우리나라 최대의 재벌기업인 현대가 일찍부터 울산에 터전을 잡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