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갤러리 아래헌(경주시 보불로 181, 관장 박종래)에서는 김태현, 박성근이라는 역량있는 두 청년 예술가의 열정과 고민을 담은 전시를 열고 있다. 유연한 협업을 통해 전시장을 새로운 실험으로 가득 채우며 현대 미술의 흐름을 선보이고 있는 이번 전시는 김태현(34), 박성근(26) 2인의 ‘거울 鏡’전으로 오는 24일까지다. 두 청년 작가는 제도적 삶의 국한된 영역에서 깊은 사유를 통한 확장된 삶의 태도를 발견하게 한다. 두 화가의 개성은 뚜렷하게 대비되지만 기성의 벽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진중한 자세는 공통분모로 삼고 있어 투명할 정도로 진지하게 작업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김태현 작가는 모호한 형상과 숨겨진 얼굴, 왜곡된 신체를 이용해 현대를 사는 우리의 불확실성과 불안함을 나타낸다. 견고하게 여겨졌던 객관적 진리나 절대적인 가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현대사회에서 분열되고 다중화된 자아를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명확한 이미지보다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형상을 선택해 관람자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읽히도록 의도했다.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측면은 작업 과정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추상적인 터치 속에서 형태를 찾아 그림을 완성해간다. 작업의 이미지는 즉흥성이 다분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계획이 공존한다.
  이때 계획과 온전히 같지 않은, 의도와 다른 우연적 효과가 발생한다. 그는 “계획과 우연을 뒤섞는다. 추상적인 터치 속에서 형태를 찾아 그림을 완성해 구상과 추상 사이, 무엇으로도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태현 화가는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수료, SADI Product Design 수석입학,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영어영문학과 졸업, 개인전 ‘낯익은, 혹은 낯선(서울) 외 8회, ’Over Road(안동)‘ 외 단체전과 아트페어 다수 참여, ’청년미술상점(서울예술의전당)‘ 등을 수상했다.박성근 작가의 ’무제(無題)‘ 시리즈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신고전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적 초상을 차용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박 작가는 10점(회화 2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금박 6점)을 선보인다.
박 작가는 화려함과 우아함의 극치를 보이는 초상이 당대 화가들의 천재성과 재력을 가진 사람들의 욕망의 산물이라 말한다.
그는 “권력과 부, 명예, 영원성과 아름다움 등에 대한 다양한 욕망은 결코 충족될 수 없으며 끊임없이 재생산된다”면서 그 욕망을 인정하고 오히려 더욱 화려하게 표현한다. 그는 억제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서의 욕망이 아니라 욕망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곧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이해임을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다.
 
박성근 작가는 가천대학교 회화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학위 과정 중, 2023년 '무제(無題)'로 첫 개인전을 가졌으며 다수 아트페어 및 ‘출사표(出師表) 그리고 우리(수원)’ 등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현재 회화작업과 디지털을 이용한 이미지 작업을 통해 ‘욕망’ 표현에 대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불안한 우리의 자아를 들여다보고 욕망을 직시한 젊은 두 화가의 새로운 모색을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견지하려 노력하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으로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