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는 경제협력을 목표로 설립된 국제기구이지만 회의 개최국의 아름다운 세계문화유산이 각국의 정상들의 눈과 입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달되는 글로벌문화교류행사이기도 하다.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오는 6월 개최도시 선정을 앞두고 경주시를 비롯한 인천과 제주 3곳이 최근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고 3파전을 벌이고 있다. 다음 달부터 외교부의 개최지 현장실사와 발표(PT) 심사를 거쳐, 6월 최종 개최도시가 결정된다. APEC 정상회의는 각국 정상과 관료 등 6000여 명이 참석하는 연례회의로, 정상회의 외에도 고위·각료회의 및 기업회의 등 연중 100여 일 이상 회의가 열린다. 21개국에서 정상, 행정 관료, 기업인, 언론인 등 2만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으로는 지난 2005년 부산 APEC 개최 이후 실제 다양한 사업 투자가 이어져 부산의 도시 위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는 대구경북연구원의 분석도 나온 바 있다.이 때문에 경주시는 2025년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경주시가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된다면 경제 유발효과가 2조7000억원(국내·외 관광객 증가 등 생산 유발 1조8863억, 부가가치 유발 8852억 등)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경주의 발전을 10년가량 앞당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도 불리고 있다.   K-팝, K-드라마, K-무비 등 한류열풍이 현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APEC 정상회의는 단순히 경제·외교적 협력만을 위한 국제회의가 아닌 개최국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역량'을 전 세계에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K-culture의 출발점이자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유산도시(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4점, 국가문화재 등 360점 보유)인 경주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APEC 정상회의 최적지로 당연하다. 실례로, 대한민국을 비롯한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미국, 싱가포르, 호주,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일본, 중국, 멕시코, 칠레, 러시아, 베트남, 페루 등 21개 회원국을 둔 APEC은 정상회담 이후 가지는 기념촬영에서 각 정상들에게 개최국의 전통 의상을 입게 하고 있다.1993년 미국 시애틀 APEC 회의에서 첫 시작된 전통의상 촬영에서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가죽 재킷을, 김영삼 전 대통령과 회원국 정상들은 블레이저(스포츠용 점퍼)를 맞춰 입었다. 칠레에서 열린 APEC 회의에서는 전통 의상인 판초를 입었고, 이후 중국의 전통 복장과 필리핀의 파인애플 셔츠까지 개최국의 전통 의상을 입게 하는 관례가 수십 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두 차례 APEC 정상회담 기념촬영에서는 한복을 입었는데, 특히 2005년 열린 부산 APEC은 회담의 결과를 발표하는 메인 무대인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에서 정상들이 한복 두루마기를 걸치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우리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부산으로 집중됐다.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서의 경주는 석굴암, 불국사, 동부사적지 등을 비롯해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역사문화유산을 갖추고 있어 20년 전 부산을 뛰어 넘어 세계 정상들에게 부끄럼 없이 진정한 한국의 미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다.시기상 2025년 11월 APEC이 열리는 가을 무렵이면 천년고도 경주는 불국사와 첨성대, 보문관광단지 등의 단풍이 절정에 오른다. 한복을 갖춰입은 21개국 정상과 배우자들이 모두 손을 맞잡고 불국사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면 그 모습은 세계적·독보적인 대한민국 천년고도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장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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