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특검법으로 포문을 연 모양새다. 개원하기 무섭게 야권을 중심으로 당론 또는 개별의원 발의 형태로 특별검사 도입과 관련한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개원 첫날인 지난달 30일 '채상병 특검법안'이 당론으로 재발의된 데 이어 이성윤 의원이 자당 의원 18명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 관련 종합특검법안을 발의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고검장을 지낸 이 의원 등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대북송금 사건 전반을 재수사하는 특별검사 법안도 3일 국회에 제출했다. 조국혁신당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관련 의혹을 진상규명하자는 내용의 특검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이에 맞서기라도 하듯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윤상현 의원은 이날 오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다루는 내용의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불과 4일밖에 안 됐지만 발의된 법안 수가 벌써 60여건이다. 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관련 법안을 비롯해 이공계 지원 확대, 노동권 강화, 간병비 급여화, R&D(연구개발) 재구축, 고준위 방폐장 설치 등 민생·경제관련 법안이 대다수다. 문제는 특검법 등 정쟁성 이슈로 인해 이들 법안이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점이다. 21대 국회는 역대 최다 법안(2만5855건)을 발의했지만 처리율은 36.6%로 역대 최저치였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들이 쟁점 법안을 둘러싼 정치 공방에 묻힌 탓인데, 22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별검사제는 검찰 등의 수사가 미진해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못하거나 수사의 공정성·객관성이 현저히 의심스러울 때 예외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다. 물론 의혹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특검 도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입법부의 비상조치라는 점에서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21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은 결국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법안들을 외면하거나 정쟁의 도구로 삼은 탓이다. 내 삶의 문제를 다루지 않은 채 반목과 대립만 이어가는 국회를 보면서 국민이 정치 효능감을 느끼기란 어렵다. 21대 국회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하고 자동폐기된 민생·경제법안이 지금 수두룩하다. 여야는 당장 이견이 없는 법안들부터 서둘러 처리해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되찾기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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