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사퇴했다. 취임 6개월여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면직안을 재가했다. 이로써 방통위는 일시적으로 이상인 부위원장 1명만 남게 됐다. 거대 야당이 발의한 김 위원장 탄핵소추안이 통과된다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직무정지 상태가 돼 1인 체제로는 방통위 기능이 사실상 중단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방통위가 기형적 구조로 파행 운영된 지는 이미 오래다. 방통위원장과 4명의 상임위원 등 5인으로 구성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한상혁 위원장이 지난해 5월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으로 면직되고 나서 3인 체제로, 그 이후 작년 8월부터는 1인 또는 2인 체제로 1년 가까이 운영돼 왔다. 전임 이동관 위원장이 취임 100일도 안 돼 야당이 추진한 국회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스스로 물러난 데 이어 이번 김 위원장 사퇴로 이상인 부위원장은 위원장 직무대행만 3번째 맡게 됐다.여야 모두 방통위가 이런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야당은 탄핵소추 사유로 방통위의 2인 체제 의결이 위법이라는 점 등을 내세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3월 최민희 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방통위원 후보로 추천했다가 통신단체 임원 경력 등 결격 사유가 제기돼 임명이 지연되자 최 후보가 사퇴했음에도 후임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도 야당 추천 위원 후보는 적격·부적격 판단 없이 수개월 임명을 미룬 채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장과 부위원장 2명만으로 방통위가 운영되도록 방치했다.물러난 김홍일 위원장 후임으로 이미 후보군이 거론되지만 누가 임명되든 역시 단명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재처럼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 의결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야당이 같은 근거를 들어 또다시 탄핵소추안을 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연말 MBC 등 지상파 재허가 심사·의결도 예정돼 있어 방통위는 정치 공방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비정상의 정상화가 급선무다. 소수 체제의 적법성이나 적절성을 서로 아전인수로 해석하거나 따지기에 앞서 법과 원칙에 맞게 5인 체제를 조속히 갖춰야 한다. 정치권은 국회 몫 방통위원 3명(야당 2명, 여당 1명)의 추천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후 입법 목적과 합의제 취지에 따라 현안이나 안건을 처리하면 된다. 아울러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도 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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